"새로운 마당에서 뛰고 싶어 모험을 선택했지만 두려움이 앞서는 게 사실입니다. 법관에서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만큼 제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 급선무겠지요."


지난달 서울고등법원장을 퇴임하고 최근 법무법인 '바른'의 대표 변호사를 맡은 김동건 변호사(59)는 이 같은 각오를 밝혔다.


바른은 최근 중형 로펌인 바른법률과 김·장·리 법률사무소가 합병해 탄생했다. 소속 변호사 수는 61명으로 김&장 광장 태평양 세종 화우 율촌에 이어 국내 7위 규모다. 바른은 김 변호사의 풍부한 행정경험을 로펌 운영에 접목시키기 위해 그를 대표로 영입했다.


실제 김 변호사는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제주·수원·서울지법원장 등을 지내 역대 고위 법관출신 중 행정 실무에 가장 밝다는 평을 얻고 있다.


"바른법률은 송무(訟務) 분야에서,김·장·리는 인수합병(M&A) 등 기업자문 부문에서 실력을 인정받아온 만큼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합니다. 단순히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원스톱 법률서비스 체제를 구축하는 등 차별화된 로펌으로 거듭날 계획입니다."


바른은 기존에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 외에도 특허 분야와 세무 관련 부문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소속 변호사 수를 1백명 이상까지 늘리고,변리사와 세무사도 영입키로 했다. 30여명 규모의 중형 로펌과 추가 합병도 추진 중이다.


김 변호사는 대형 로펌의 영입 제의를 뿌리치고 바른을 택한 이유에 대해 "구성원이 젊고 현재보다는 미래를 살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른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자신이 활동할 공간과 여유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그는 "합병 법무법인의 체계가 어느 정도 갖춰지면 서민층을 위한 법률서비스에 나서는 등 공익활동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시11회로 75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한 김 변호사는 일조권 침해의 기준이 되는 일조시간을 정립했다.


91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에서 박노해 시인의 재판을 담당하기도 했다. 박 시인과는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있으며,그가 이끌고 있는 '나눔문화 운동'의 후원자를 맡고 있다.


글=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