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값 급등…대목기대 접었어요"..양재동 화훼 공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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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에 눈발까지 날리는 1일 새벽.3월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은 이미 4월이었다.
람바다 안개 후리지아 카라 튤립 등등 남쪽 지방에서 올라 온 꽃들이 수백 박스 줄지어 주인을 기다린다.
박스에 몸 뉘인 꽃들이 좌우정렬 하는 시간은 새벽 1시,절화(꽃다발,꽃꽃이용)경매가 시작됐다.
"훠-오---낙찰!"권영규(39)경매사의 특이한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한 건 진행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3초. 계단식 의자에 앉은 수십여명의 중도매인들이 꽃을 확인하고,자료를 보면서 입찰 버튼을 누르느라 바쁘다.
전광판에 빨간 숫자가 바뀌면서 낙찰가격이 표시된다.
"그래도 올해는 매기가 좀 있는 편이네요." 권 경매사는 작년엔 대통령 탄핵 분위기로 꽃시장 경기도 시원치 않았다며 "정치를 잘해야 꽃 피울 맛도 난다"며 허허 웃어보였다.
꽃 시장은 2월부터 5월까지가 한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목.졸업·입학시즌은 마무리됐지만 곧 화이트데이,식목일,가정의 달 행사들이 이어진다.
15년 경력의 정영민 중도매인(46)은 "경기가 풀린다고 하지만 꽃값이 너무 올라 체감하기 어렵다"며 경기 이야기가 나오자 고개를 젓는다.
난방비 부담으로 생산물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올해는 '화훼장식기능사' 시험이 겹쳐 수험생들 실기시험용 물량을 대느라 물량이 한참 모자랐다는 것. 피크였던 2주 전 장미는 작년보다 두배 가량 올랐고,평균으로도 작년보다 50%까지 올라 지난달은 기대보다 근심을 안고 보냈다고 전했다.
권 경매사는 "유럽 일본은 일상 생활에서 꽃 소비가 많은 반면 우리는 기업 등의 행사용 꽃 소비가 60% 이상이어서 경기를 많이 탄다"고 했다.
경매장 바로 옆 건물은 중도매인들이 낙찰받은 꽃들을 파는 1백40여 생화 판매 점포들이 모여있는 상가.
부지런한 단골 손님들은 새벽 6시부터 속속 상가 안으로 모여든다.
"장미가 알이 너무 작아 좀 큰 걸로 주세요.
아휴 근데 너무 비싸네." 대치동 '민경플라워'를 운영한다는 김혁자 사장(43)은 입학식 배달에 쓸 장미를 고르느라 여념이 없다.
김 사장은 "졸업식을 찾는 친척들도 요즘엔 꽃대신 용돈을 주는 추세"라며 "예전보다 정서가 많이 메마른 것같다"고 말했다.
서소문에서 화원 '로즈그린'을 운영하는 장희주 사장도 "10년 전만 해도 월급날이면 꽃다발 사가는 '낭만파 남편'들이 꽤 됐다"며 "근데 요즘은 월급도 자동이체되는 시대라 꽃집에서 중년 남성을 구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점포를 부지런히 오가는 사람들 중 유난히 앳된 얼굴들도 눈에 띈다.
중도매인 이계훈씨(31)는 대학을 졸업하고 이쪽 일을 하겠다고 무작정 사무실을 찾아간 후,2년만에 어엿한 중도매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요즘 이 곳에서 활동하는 1백20여 절화 중도매인들 중 이씨와 같은 청년 중도매인들도 적지 않다.
중고참 도매인들이 경매가 임박한 밤 12시 정도 경매장을 찾는 반면 젊은 도매인들은 밤 9시면 나와 산지 품종을 일일이 살피는 '특별 공부'를 한다.
올해 신입 도매인 8명을 받았다는 중도매인연합회 총무 김승록씨는 "5시간 잘 것 3시간 자면서 공부하고 요행 바라지 않는다면 그 만큼을 얻어갈 수 있는 곳이 공판장"이라고 말했다.
송주희 기자 yoko@hankyung.com
람바다 안개 후리지아 카라 튤립 등등 남쪽 지방에서 올라 온 꽃들이 수백 박스 줄지어 주인을 기다린다.
박스에 몸 뉘인 꽃들이 좌우정렬 하는 시간은 새벽 1시,절화(꽃다발,꽃꽃이용)경매가 시작됐다.
"훠-오---낙찰!"권영규(39)경매사의 특이한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한 건 진행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3초. 계단식 의자에 앉은 수십여명의 중도매인들이 꽃을 확인하고,자료를 보면서 입찰 버튼을 누르느라 바쁘다.
전광판에 빨간 숫자가 바뀌면서 낙찰가격이 표시된다.
"그래도 올해는 매기가 좀 있는 편이네요." 권 경매사는 작년엔 대통령 탄핵 분위기로 꽃시장 경기도 시원치 않았다며 "정치를 잘해야 꽃 피울 맛도 난다"며 허허 웃어보였다.
꽃 시장은 2월부터 5월까지가 한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목.졸업·입학시즌은 마무리됐지만 곧 화이트데이,식목일,가정의 달 행사들이 이어진다.
15년 경력의 정영민 중도매인(46)은 "경기가 풀린다고 하지만 꽃값이 너무 올라 체감하기 어렵다"며 경기 이야기가 나오자 고개를 젓는다.
난방비 부담으로 생산물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올해는 '화훼장식기능사' 시험이 겹쳐 수험생들 실기시험용 물량을 대느라 물량이 한참 모자랐다는 것. 피크였던 2주 전 장미는 작년보다 두배 가량 올랐고,평균으로도 작년보다 50%까지 올라 지난달은 기대보다 근심을 안고 보냈다고 전했다.
권 경매사는 "유럽 일본은 일상 생활에서 꽃 소비가 많은 반면 우리는 기업 등의 행사용 꽃 소비가 60% 이상이어서 경기를 많이 탄다"고 했다.
경매장 바로 옆 건물은 중도매인들이 낙찰받은 꽃들을 파는 1백40여 생화 판매 점포들이 모여있는 상가.
부지런한 단골 손님들은 새벽 6시부터 속속 상가 안으로 모여든다.
"장미가 알이 너무 작아 좀 큰 걸로 주세요.
아휴 근데 너무 비싸네." 대치동 '민경플라워'를 운영한다는 김혁자 사장(43)은 입학식 배달에 쓸 장미를 고르느라 여념이 없다.
김 사장은 "졸업식을 찾는 친척들도 요즘엔 꽃대신 용돈을 주는 추세"라며 "예전보다 정서가 많이 메마른 것같다"고 말했다.
서소문에서 화원 '로즈그린'을 운영하는 장희주 사장도 "10년 전만 해도 월급날이면 꽃다발 사가는 '낭만파 남편'들이 꽤 됐다"며 "근데 요즘은 월급도 자동이체되는 시대라 꽃집에서 중년 남성을 구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점포를 부지런히 오가는 사람들 중 유난히 앳된 얼굴들도 눈에 띈다.
중도매인 이계훈씨(31)는 대학을 졸업하고 이쪽 일을 하겠다고 무작정 사무실을 찾아간 후,2년만에 어엿한 중도매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요즘 이 곳에서 활동하는 1백20여 절화 중도매인들 중 이씨와 같은 청년 중도매인들도 적지 않다.
중고참 도매인들이 경매가 임박한 밤 12시 정도 경매장을 찾는 반면 젊은 도매인들은 밤 9시면 나와 산지 품종을 일일이 살피는 '특별 공부'를 한다.
올해 신입 도매인 8명을 받았다는 중도매인연합회 총무 김승록씨는 "5시간 잘 것 3시간 자면서 공부하고 요행 바라지 않는다면 그 만큼을 얻어갈 수 있는 곳이 공판장"이라고 말했다.
송주희 기자 y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