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에 3백50억원을 벌었지만 작년에는 5백억원을 까먹기도 했습니다." 23일 저녁 일반인을 상대로 첫 공개강좌를 가진 '선물고수' KR투자대표 윤강로씨(일명 압구정동 미꾸라지)는 강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선물투자 손익계산서를 담담하게 털어놨다. "운좋게도 선물투자를 시작한 후 실패한 적이 거의 없었는데 당시 좀 자만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예전엔 당일 종가까지 맞힐 정도였지만 요새는 시장이 복잡하고 빨라져 적중률이 낮아졌다"고 전제,"하지만 지난 22∼23일의 급락장에서 때 맞춰 털고 나왔다"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자기 자산을 6백억∼7백억원 정도(선물시세에 따라 증감)로 추산했다. 종잣돈 8천만원으로 최대 1천3백억원까지 불렸지만 지난해의 손실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중 투자 중인 자금은 1백50억원이며 나머지는 현금으로 보관 중이라고 전했다. "고수가 되려면 보유자산 전체에 대해 리스크 관리를 해야 된다"고 충고했다. 그는 가장 손쉬운 투자기법으로 '시초가 따라잡기'를 제시했다. 장 초반 주가가 오르면 그날 양봉(시초가보다 종가가 높은 것)이 나타날 확률이 70%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프로는 종가를 본다"며 "종가에서 5일선을 뚫었다든지 하면 다음날 매수포지션이 유력하다"고 강조했다. 자신보다 뛰어난 고수가 있느냐는 질문에 "선물로 1천억원 이상을 번 사람은 내가 유일할 것"이라고 자부심을 표명했다. 그는 현 장세에 대해서는 낙관적 입장이었다. "배당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경기가 풀리고 있어 종합주가지수가 1,360선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1994년 다니던 서울은행에서 3개월간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CBOT)에 연수를 보내준 것을 계기로 선물시장에 발을 들여 놓았다는 윤 대표는 "55세까지 앞으로 7년간 현역으로 활동활 계획"이라고 밝혔다. "돈 욕심은 크게 없습니다. 은퇴할 때 수중에 4백억원 정도 있으면 주변에 좋은 일하며 살수 있겠죠."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