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이 외국인 주주들의 고배당 압력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주주 배당을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확대했지만,외국인들이 배당률을 더 높일 것을 요구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경우 지난주 미국에서 연 기업설명회에서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배당 확대를 강하게 요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지난 14일부터 유럽과 미국 등지를 순회하며 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지난해 실적과 관련된 설명회를 진행 중이다. SK텔레콤의 올 총배당액은 특별배당을 포함,7천5백82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이는 작년 순이익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의 경우 향후 성장을 위한 투자 확대에 주력할 상황이지만 외국인들이 배당을 더 늘리라고 요구,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SK텔레콤이 배당 규모를 더 늘려야 침체된 투자심리가 살아날 것이라며 외국인들의 배당 확대 요구를 뒷받침했다. 현대중공업도 작년에 벌어들인 이익보다 더 많은 배당을 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3백67억원에 불과했으나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8백9억원을 주주 배당으로 나눠주었다. 이 회사에는 오펜하이머펀드와 JF에셋 등이 5% 이상 외국인 주주로 참여해 있다. G2R도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총액 비율)이 1백%를 넘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물산 KT&G 등도 지난해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올해 배당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둬 배당을 늘린 측면도 있지만 외국인 주주의 보이지 않는 배당압력과 눈치보기 차원에서 배당을 확대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