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빈 윙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아시아기업지배구조평가 총책임자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집단소송제가 극단으로 치달을 경우 기업이나 소액주주 당사자는 별 이득을 못 본채 변호사 집단만 돈을 벌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미 미국 등지에서 입증된 사실이란 것이다. 그는 또 후진적인 정치관행이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덧붙였다. -집단소송제 도입이 기업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기업의 부정을 막고 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선 바람직하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를 보면 현실적으로 집단소송제가 극단으로 치달아 득보다 실이 많은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소송 남발에 따라 변호사만 돈을 버는 것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경영진이 소송에서 질 경우에 대비해 보험을 들어야 한다든지,사외이사 선임에 애로가 있다든지,기업으로서는 불필요한 비용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나타난다." -소버린의 SK㈜ 주주참여가 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보나. "소버린이 보여준 모습은 주주 권리의 일부라고 판단된다. 신용평가회사이기 때문에 소버린의 행동에 대한 잘잘못을 가릴 수는 없지만 소버린의 등장으로 한국에서 주주활동이 활발해진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실제 SK㈜의 지배구조가 얼마나 개선됐는지에 대해선 판단할 수 없다. 또 SK측으로선 소버린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 등 기회비용을 치러야 하는 부담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는 공개기업으로서 어쩔 수 없는 대가일 수도 있다." -국내 은행의 외국인 이사 수 제한은 어떻게 평가하나. "주주들의 가장 근본적인 권리 중 하나인 이사 선임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이다. 다만 정책적인 차원의 이유가 있다면 부정적인 효과가 줄어들 수도 있다. 금융당국이 이와 관련,전반적인 정책방향에 대해 명확히 밝혀줄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에 대한 평가는. "전반적으로 많이 개선되고 있다. 특히 KT&G 등 민영화된 공기업들의 지배구조는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수준이다. 물론 개선의 여지도 많다. 정부 차원의 투명성 결여도 문제다. 정치자금 등의 문제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후진적인 정치관행이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