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회 베를린영화제의 황금곰상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돌아갔다. 영화제 심사위원장인 롤란트 코흐 독일 영화감독은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남아공의 '유-카르멘 에카옐리차(에카옐리차의 카르멘)'을 경쟁부문 출품작 22개 가운데최우수 영화에 주는 황금곰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마크 돈포드-메이 감독이 만든 이 작품은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을 차용, 남아공작은 마을에서의 생존 투쟁과 남녀의 정열적 사랑을 그린 것이다. 남아공 영화가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 본선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두 번 째다. 남우 주연상은 미국 영화 `손가락 빠는 사람(Thumbsucker)'에서 어릴 때의 불안한 심리와 이에 따른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17세 소년 역을 맡아 훌륭한 내면 연기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은 루 테일러 푸치가 선정됐다. 여우 주연상은 히틀러 치하에서 오빠와 함께 저항운동을 하다 처형돼 `뮌헨의백장미'로 불리는 여대생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조피 숄 - 마지막 날들'에서 열연한 독일 여배우 율리아 옌취가 받았다. 최우수 감독에게 주는 심사위원단 그랑프리는 작은 농촌마을에서 인습과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극복해나가는 여인의 고난사를 그린 `공작(孔雀)'의 연출가 중국 구창웨이 감독이 받았다. 올해 영화제에선 당초 1994년 르완다 양민학살 사건을 그린 `4월 어느날(Sometimes in April)과 `호텔 르완다', 팔레스타인 청년 2명의 자살 폭탄 공격 감행 전 28시간을 그린 `지금 이곳의 낙원(Paradise Now)' 등 정치영화가 유력한 금곰상 후보로 꼽혔었다. 그러나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가 합작한 `지금 이곳의 낙원'이 최우수 유럽영화상을 받았을 뿐 다른 정치영화들은 상을 받지 못했다. 경쟁부문 시상식은 20일 열리며, 이날 다른 부문 수상작들도 함께 발표되면서열하루 간의 베를린 영화제는 막을 내린다. 한국 영화의 경우 지난해에는 김기덕 감독이 `사마리아'로 최우수 감독에게 주는 은곰상을 수상했으나 올해엔 경쟁 부문에 한 편도 초대받지 못했다. 그러나 임권택 감독이 세계적으로 영화 인생을 인정받는 영화인에게 주어지는명예 황금곰상을 받고 특별 회고전이 개최되는 영광을 안았다. 또 비경쟁 부문에 `여자, 정혜'(이윤기)`녹색의자'(박철수), `세라진'(김성숙),`신성일 의 행방불명'(신재인), `마이 제너레이션'(노동석) 등이 초대됐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