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도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미군포로수용소와 같은 포로 학대를 자행했으며 아부 그라이브 사건이 폭로된 후 은폐작업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법정싸움을 통해 획득한 1천쪽 분량의 미군 조사 자료에서 이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주요 수용소인 카불 근교 바그람 수용소와 남부 칸다하르 인근의 미군 기지에서 포로 학대 사실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아프간 남부에서 제22보병대대 병사들이 포로들의 눈을 가리고 머리에 두건을 씌운 채 처형하는 것처럼 위협한 사진들이 아부 그라이브 사건 이후 의도적으로 폐기됐음을 관련 자료들이 보여주고있다"고 보도했다. 앤서니 로메로 ACLU 사무총장도 자료 열람 결과 "미군 관계자들이 포로 고문 주장을 알고 있었으며, 증거를 말살하고, 수감자들이 발설하지 못하도록 윽박지르는 작업도 있었다는 사실이 더욱 뚜렷해졌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서 아프간 남부 티제 포병기지의 한 병사는 아부 그라이브 포로수용소 학대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 이와 유사한 사진들이 폐기됐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병사도 포로뒤에서 머리에 총을 겨눈 채 서있는 장면을 사진찍었다고 시인했다. 가디언은 이라크의 티그리트에서 포로로 잡혀있던 한 이라크인의 발언도 보도했다. 그는 민간인 복장의 미군 3명이 장전하지 않은 총을 자신의 목구멍에 넣어 방아쇠를 당기거나 로프로 목을 조이고 야구 방망이로 구타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미군 군의관이 검사한 결과 이같은 주장이 사실로 확인됐으나 이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지난해 10월 종결됐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포로로 잡혀있다 석방된 팔레스타인 사람과 요르단 사람의 고문 주장도 전했다. 후사인 무스타파라는 이름의 팔레스타인 사람은 인권 변호사인 클라이브 스탯포드 스미스에게 2002년 바그람 공군 기지에 수감돼 있던 중 눈을 가리고 재갈이 물려묶인 채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까지 1년간 포로 생활을 했던 웨삼 알데마위는 바그람 기지에 수감됐던 40일 동안 미군이 개로 위협하고 옷을 벗긴 채 수치스러운 자세로 사진을 찍게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이같은 주장에 대한 미군의 논평을 요구했으나 조사중이라는 답변 만들었다고 전했다. (런던 APㆍAFP=연합뉴스) maroon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