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봉규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bongkp@kotef.or.kr > 단체로 식사를 하는 경우 나는 분명히 물냉면을 시켰는데 비빔냉면이 나오거나,자장면을 주문했는데 짬뽕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좀 까다롭다 싶은 손님은 종업원을 나무라지만 대개는 "그럼 그냥 먹지 뭐"라는 것이 보통이요,제대로 된 음식을 다시 내오게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나 때문에 전체의 식사시간이 지체되는 것을 염려한 마음 때문이리라. 그러나 이러한 태도가 그 음식점의 발전이나 서비스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일까. 소비자들의 끊임없는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시장경제에서는 보다 좋은 신제품이 줄을 이어 나온다. 그러나 '자동차란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나르면 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차를 만들어 "자,이 자동차를 타시오"라고 얘기하는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어느 한도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그래도 시장이 폐쇄적인 때에는 자기 것이 최고인 양 선택의 여지가 없이 살았으나 바깥세상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사회주의는 순식간에 발붙일 곳을 잃고 만 것이다. 사회주의 경제가 시장경제에 패하여 역사에서 사라지고 있는 이유다.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명품의 경쟁력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치열한 경쟁과 소비자의 까다로운 안목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탄생되는 것이다. 일본 가전제품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기반이 치열한 국내시장에서의 경쟁이요,프랑스나 이탈리아 패션이 우수한 것은 오랜 문화에 바탕을 둔 소비자의 안목이 그 정도의 품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안목과 요구가 앞서가지 않는데 공급자가 앞서가는 일은 흔치 않다. 이는 비단 상품의 생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의 제공에서도 마찬가지며 공공행정 서비스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소비자들이 더욱 까다로워져야만 서비스의 질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잘못 주문된 음식을 그냥 먹는 한 그 식당의 서비스 행태가 변할리 없다. 내가 구입한 제품에 문제가 있어도 '좋은 게 좋다'라는 식으로 그냥 넘어가는 소비자로 머무르면서 우리 상품이 세계 제일이 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까다로운 소비자가 되자. 내 권익을 스스로 지키는 소비자가 되자. 소비자들의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우리 상품의 질,나아가 우리 사회의 품격을 한 단계 더 올리는 지름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