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땅을 밟으니까 (신드롬이라는 게) 느껴지네요. (성원에) 감사드리지만 좀 부담스럽고 푹 쉬고 싶습니다. 솔직히 도망치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카타르 도하와 스페인에서 기록적인 골 퍼레이드를 펼치며 한국축구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떠오른 박주영(20.고려대)이 11일 오후 카타르 8개국 초청 청소년축구대회 우승컵을 안고 딱 한달 만에 돌아왔다.


박주영은 한국청소년대표팀 박성화 감독, 동료 선수들과 함께 인천공항 입국장을 빠져 나온 뒤 100여명의 취재진과 팬, 축구협회 직원들에 둘러싸인 채 인터뷰에 응했다.


--이번 대회와 전지훈련을 통해 얻은 소득은.


▲무엇보다 팀이 자신감을 갖게 됐다. 특히 우크라이나 등 유럽팀을 상대로 자신감을 가졌다. 전지훈련은 재미있었고 한국에 없다는 사실과 집에 가고 싶다는 점을 빼면 나쁜 것은 없었다. 힘들지도 않았다. 건조한 곳에 가면 기관지가 예민해져팀 닥터 선생님이 개인용 가습기를 줬다.


--국내에서는 박주영 신드롬이 일었는데. 실감이 나는가.


▲여기(공항에) 와서 보니까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당황스럽고 부담된다. 지금 당장은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다. '잠수'탄다는 말 처럼(웃음). 작년 아시아선수권이후보다 훨씬 더 큰 관심을 팬들이 보여주시는 것 같다. 하지만 내게는 부담이 되지 않도록 응원해 주셨으면 한다. 다른 길로 새지 않고 열심히 운동할 수 있도록.


--이렇게 인기가 있는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또 본인이 너무 튀면 다른 선수들이 싫어하지 않나.


▲인기 비결은 솔직히 모르겠다. 내가 튄다고 동료들이 싫어하는 건 전혀 없다.우리 팀이 함께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팬과 취재진이 운동에 전념하도록 내버려두시면 더 좋은 플레이로 보답하겠다.


--남다른 골 감각을 자랑했는데 스스로 골 넣을 때 움직임이 어땠다고 느꼈나.


▲찬스에서 좀 더 편안하고 침착하게 그리고 욕심을 내지 않으니까 골이 잘 들어가더라. 경기에 대한 부담없이 꼭 넣어야겠다는 부담을 갖지 않고 한 게 오히려찬스가 많이 났다. 내가 넣은 골은 모두 좋았고 특히 친구들이 함께 만들어주는 과정에서 딱 맞아 떨어져 들어간 것이라 더 좋았다.


--대표팀이 쿠웨이트전에서 이겼다. 대표팀에 당장 뽑아 올리라는 견해도 많은데.


▲당장 욕심이 나지는 않는다. 물론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겠지만 지금은 (6월)세계청소년대회 4강이 가장 큰 목표다.

선수라면 당연히 월드컵에 뛰고 싶은 것 아닌가. 나 역시 마찬가지다. 대표팀이 쿠웨이트에 이겼다는 소식을 듣고 꼭 월드컵에나갔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이번 전훈에서 발견된 부족한 점은.


▲아직 경기 운영능력이 부족하다. 이기고 있을 때 템포 조절이나 지고 있을 때흥분하지 않는 그런 면 말이다.


--현재 포지션(처진 스트라이커)에는 만족하나.


▲재미있는 자리다. 어떤 자리든 다 재미있지만 지금 포지션에 매력을 느낀다.


--체격이나 체력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체격은 유럽 선수들과 몸싸움하려면 (체중을) 좀 더 불려야 할 것 같다. 그러나 갑자기 불리면 내 플레이를 하는 데 문제가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 특히 하체근력운동에 신경을 쓴다. 대회 도중에는 몸이 무거워질까봐 하지 못했다. 몸싸움에서도 밀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월드컵대표팀과 청소년팀은 차이가 있을수 있다. 체력은 풀타임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고 나름대로 자신있다.


--장래 목표를 구체적으로 말하면.


▲전에도 말했지만 유럽 진출, 그중에서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내 목표다.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그 곳에서 배우고 싶다. 그 쪽에서 아직 제의를 받은 적은없다. 열심히 하다보면 기회가 오지 않겠나.


--닮고 싶은 선수는.


▲선수가 아니라 닮고 싶은 스타일이 있다. 티에리 앙리(아스날)의 폭발적인 돌파와 결정력,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의 드리블, 패싱력이다. 스페인에 가서 레알 마드리드 경기를 직접 보니까 지단이 정말 즐기듯이 축구를 쉽게 쉽게 잘 하더라.


--골 세리머니에 대해서도 말이 있는데.


▲내가 하고 싶고 감사드리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 바꿀 생각은 전혀 없다. 그건 관여할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원래 성격이 내성적인가. 축구를 안하면 뭘 주로 하나.


▲성격은 원래 그렇다. 잘 웃지 않는 스타일이다. 취미는 잠자기와 컴퓨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은 아니다. 사이월드 등에 팬들의 글이 많이 올라왔는데 일일이 댓글을 달면 손가락이 부러질 것 같아 못하고 있다. IQ를 자꾸 물어보는데 중학교 때 기억나는 게 150이고 전교에서 제일 높았던 것 같다.


(영종도=연합뉴스) 옥 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