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을 피해 주행 중인 차 문을 열고 뛰어내리다 다쳤다면 보험사가 부상에 대한 배상 책임을 100%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3단독 한경환 판사는 11일 성폭행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달리던 차에서 뛰어 내리다 머리 등을 다친 A(25.여)씨가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보험사는 치료비 등으로 모두 8천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02년 5월 서울의 한 나이트 클럽 계단에서 낯선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하기 직전에 다른 남자의 도움으로 무사할 수 있었으나 이 남자 또한 흑심을 품어 새로운 위기상황에 처해졌다. A씨를 구해 준 남자는 "경찰서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안심시켜 놓고 A씨를 자신의 차에 타도록 한 뒤 경찰서 쪽으로 운행하다 돌연 마음을 바꿔 엉뚱한 방향으로 차를 몰았던 것이다. 이상한 낌새를 챈 A씨는 차에서 내려달라고 수차 부탁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으며 이후 차량이 15분 가량 더 달리던 중 갑자기 차 밖으로 뛰어내려 두개골 등을 다쳐 6개월간 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중상을 입자 소송을 냈다. 보험사측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의 차에 탄 것은 물론 아무리 성폭행 위협을 느꼈더라도 주행 중인 차에서 그대로 뛰어내린 행동이 적절한 대응방법은 아니었다"며 A씨에게 일부 책임을 전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가 차에 탄 것은 가까운 상대 남성이 경찰서에 데려다 주겠다고 한 말을 믿었기 때문이고, 정차 요구를 무시한 채 계속 달리는 차 안에서 원고가 느꼈을 극도의 절박함을 생각하면 성폭행을 피하려고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린 행위에 원고의 과실은 없다"며 보험사 주장을 기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