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수비 불안 등 우려를 씻어내고 쿠웨이트의 모랫바람을 완벽하게 잠재워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힘찬 첫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북한 축구는 막판 실수 하나로 뼈아픈 패배를 당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에 세계인 앞에 동반 승전고를 울리는데는 실패했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열린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첫 경기에서 전반 24분 터진 이동국의 환상적인 발리슛 선제골과 후반 35분 이영표의 쐐기골로 쿠웨이트를 2-0으로 완파했다.


한국은 이로써 A조에서 1승을 먼저 챙기며 승점 3을 확보, 선두로 나섰다.


태극전사들은 특히 설 저녁에 월드컵의 성지 상암벌과 전국을 붉은 함성으로 물들인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명승부로 최고의 선물을 선사했다.


본프레레호는 애타게 기다려온 을유년 새해 첫 승을 5경기 만에 가장 중요한 한판에서 신고했고 지난해 7월 출범 이후 7승5무3패를 기록했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5위 쿠웨이트와의 역대전적에서도 7승3무8패로 열세의 격차를 좁혔고 작년 7월 아시안컵 4-0 대승에 이은 이날 완승으로 80년이후 25년 만에 쿠웨이트에 2연승을 달렸다.


월드컵 4강 신화에 빛나는 '폭주기관차' 한국축구의 강인한 압박과 숨 쉴 틈없는 파상공세가 선수비 후역습으로 맞선 쿠웨이트를 완전히 압도한 한판이었다.


본프레레호는 지난 4일 이집트전에서 수비라인의 불안감과 무기력한 플레이로결전을 앞두고 우려를 던졌으나 베스트 멤버가 합류해 뚜껑을 열어본 결과 복병 쿠웨이트는 적수가 되지 못했다.


박지성-김남일을 중원 듀오로, 설기현-이동국-이천수를 스리톱 공격진으로 기용한 한국은 전반 5분까지 쿠웨이트의 역습에 대비해 조심스럽게 탐색전을 펴다 8분설기현의 첫 슈팅과 2분 뒤 박지성의 논스톱 슛으로 서서히 포문을 열었다.


본프레레호는 이어 공세의 수위를 점점 높여가며 쿠웨이트의 밀집 수비를 허물기 시작했다.


전반 11분 이동국의 왼쪽 측면 크로스가 문전으로 쇄도한 이천수의 머리를 살짝빗나갔고 6분 뒤 미드필드 정면에서 올린 김남일의 패스를 박지성이 골문 앞에서 발을 갖다댔으나 10㎝가 부족했다.


가슴을 졸이며 지켜보던 팬들의 환호는 전반 24분 이동국의 기막힌 한방에서 터져나왔다.


문전에서 득점 기회를 엿보던 이동국은 미드필더 왼쪽에서 김남일의 위협적인크로스가 수비수 머리에 맞고 포물선을 그리자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볼을 응시하며 몸을 돌려 전광석화 같은 왼발 터닝 발리슛을 때렸고 볼은 쿠웨이트 골포스트 왼쪽을 강타하며 안쪽으로 파고 들어 세차게 그물을 흔들었다.


작년 12월19일 전차군단 독일을 무너뜨린 터닝슛을 이번에는 왼발로 보여준 이동국의 논스톱슛 축포였다.


후반 들어 간판 골잡이 바샤르 압둘라를 투입한 쿠웨이트는 후반 20분까지 간간이 매서운 역습을 펼치며 동점골을 노렸으나 유경렬을 축으로 한 본프레레호 스리백은 안정된 수비로 예봉을 꺾었다.


후반 33분 박지성의 중거리포가 옆그물을 흔들어 탄성을 자아냈으나 2분 만에네덜란드 태극듀오 이영표-박지성의 호흡이 만들어낸 쐐기골이 터져 나왔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보직을 변경한 '초롱이' 이영표는 후반 35분 소속 팀후배 박지성이 찔러준 패스를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감각적인 오른발 슛으로 꽂아넣었고 볼은 쿠웨이트 골키퍼 칼리드 파들리의 눈앞에서 바운딩되며 네트로 빨려들었다.


이영표의 추가골에 기가 꺾인 쿠웨이트는 이렇다 할 반격을 펼치지 못하고 무너졌고 막판 공세도 든든한 수문장의 이운재의 선방에 막혔다.


북한은 이날 사이타마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B조 첫 경기에서 시종 대등한 경기를 벌이고도 후반 인저리타임 때 오구로 마사시에 결승골을 허용, 1-2로 고배를마셨다.


북한은 강철체력과 몸을 사리지 않는 정신력을 바탕으로 '거함' 일본을 몰아붙였으나 막판 골키퍼의 펀칭 실수로 다잡은 무승부를 놓쳤다.


일본은 전반 3분 알렉스 산토스가 아크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오가사와라 미츠오가 절묘하게 감아차 선제골을 넣었다.


전반 다소 몸이 무거웠으나 김영수가 교체 투입되면서 활기를 띤 북한은 후반 16분 남성철이 페널티지역 왼쪽 사각에서 낮게 깔아찬 대포알 슈팅이 일본의 골문을통과, 1-1을 만들었다.


육탄방어로 일본의 공세를 막아내던 북한은 그러나 인저리타임 때 골키퍼 심승철이 상대 크로스를 불안하게 펀칭한 것이 오구로의 발에 걸려 통한의 결승골을 헌납했다.


한편 한국과 같은 조인 우즈베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안바르 솔리예프와 사미 알 자베르가 1골씩 교환, 1-1로 비겼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박재천.이영호기자 oakchul@yna.co.kr jcpark@yna.co.kr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