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투자 열기가 후끈 달아 오르면서 2백조원에 육박하는 거대한 국내 펀드시장을 놓고 토종과 외국계 자산운용사간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외국계가 기업홍보 강화와 덩치키우기 등을 통해 국내 펀드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가자 국내업체들도 판매채널 확대및 신상품 개발을 무기로 "수성"을 위한 총력전을 펴고있다. 현재 외국계의 선봉은 피델리티자산운용이다. 운용자산 1조달러에 달하는 세계최대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의 한국법인인 이 회사는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펀드 약관승인을 받아 조만간 국내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특히 업계의 주목을 끄는 것은 이 회사의 홍보 정책.피델리티자산운용은 수십억원을 들여 2백회의 TV광고와 신문광고 등 기업 알리기에 대대적으로 나설 계획이어서 국내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증권사 은행 등 펀드 판매회사가 아닌 자산운용사가 직접 대규모 광고에 나서는 것은 피델리티가 처음"이라는 게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대표의 지적이다. 외국계들은 또 '몸집키우기'에도 적극적이다. 랜드마크투신은 작년 11월 미래에셋그룹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외환코메르츠투신(자산수탁액 3조6천억원)을 인수했다. 중위권에서 단번에 업계 6위로 부상한 것이다. 과거 '3대 투신'의 하나였던 옛 현투증권을 인수한 푸르덴셜자산운용을 포함하면 국내 6대 자산운용사 중 2개사가 외국계다. 올 들어 프랑스 2위 금융그룹인 소시에떼제네랄(SG)의 자회사인 SG자산운용은 기업은행과 손잡고 기은SG자산운용을 설립했다. 이 결과 외국계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는 외국계 자산운용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2001년 말 5.7%에 불과했지만,작년 말 16.39%로 높아졌다. 농협CA투신 등 외국계지분이 50% 미만인 7개 회사까지 포함하면,외국계 시장점유율은 작년 말 36.39%로 2001년 말보다 2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이 같은 외국계 부상으로 토종 자산운용사들은 '수성'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업체들은 외국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적립식펀드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부동산펀드,실물펀드,주가지수연계증권(ELS) 등 신규 상품개발에 전력 투구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해외펀드오브펀드 등을 잇따라 출시하며,외국계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졌던 해외투자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토종회사들은 고사당하지 않기 위해 기존 증권사에 집중됐던 판매채널을 은행과 보험사로 넓히고 남들보다 한발 앞서 신상품을 개발,투자자금을 유치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우재룡 대표는 "기관투자가의 간접투자 확대와 올 연말 기업연금 도입 등을 계기로 국내 펀드시장은 오는 2010년께에 최대 4백3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이 벌이는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