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인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ihsong@kesco.or.kr > 새해가 밝은 지도 한 달이 지났다. 설날이 와도 서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이른바 '양극화'로 표현되는 한국경제의 어려움이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양극화란 이런 것이다. 지난해 수출은 27.1%의 높은 신장세를 보인 반면 민간소비는 -1.0%의 감소세를 보였다. 또 대기업의 설비투자는 32.6% 증가한데 반해 중소기업의 증가율은 1.6%에 그쳤다. 임금과 근로조건이 취약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50%를 넘은 지 오래고,잠시 주춤했던 실업률 역시 다시금 악화되고 있다. 계층간 불평등을 나타내는 소득 5분위 배율 역시 IMF 경제위기가 있었던 97년의 4.64에서 2004년에는 5.22로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다. 나라 경제가 이렇다보니 그 원인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고 대책도 다양하게 제시된다. 그러나 이런 논의를 듣다보면 경제 양극화처럼 우리의 인식 또한 양극화돼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된다. 돌이켜보면 한국이 처한 경제 난국과 관련된 대안적 논의들은 대개 경제냐 정치냐,성장이냐 분배냐,개혁이냐 민생이냐 하는 양자택일의 이분법적 사고에 빠져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지난달 노무현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경제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산업간,부문간,계층간의 동반성장이란 새해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2008년에는 선진국으로 도약하자는 비전도 내걸었다. 언론은 노 대통령이 드디어 경제에 '올인'하는 입장을 취했다고 보도했다. 올인의 사전적 의미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는 뜻이지만,가진 것을 모두 건다는 도박 용어로 더 많이 사용된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의 말씀은 올인보다 '모든 것을 걸고 한 번 크게 겨룬다'는 당나라 시인 한유의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라는 비유가 더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 대통령의 '올인'은 단순히 경제 발전에 모든 노력을 투여한다는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내가 이해하는 바로 노 대통령이 내건 '건곤일척'의 승부는 우리 안에 있는 현실의 양극화와 인식의 양극화 모두를 극복해보자는 것이다. 그것은 성장을 통해 분배를 개선하고,민생을 통해 개혁을 완성하며,경제와 정치가 서로를 보완하는 새로운 건곤일척의 결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 대통령의 새해 국정기조에 기대를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