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 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이름도 잘 지어야 해요." 국내 한 대북지원단체 관계자가 4일 북한으로 반출하는 물품의 명칭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하소연 섞인 충고를 했다. 북한과 교류사업을 펴고 있는 민간단체가 작명(作名)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는 말이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나름대로 사연이 있다. 평양의 학용품 공장에 설비와 원료를 지원하고 있는 이 단체는 지난해 갖가지 공장설비를 지원하면서 통일부에 반출승인을 신청했다. 그런데 문제는 샤프심의 물기를 원심력을 이용해 제거하는 기계였다. 기기의 정확한 명칭을 모르고 있던 관계자는 적당한 이름을 찾다 신청서 품목란에 무심코 '원심분리기'라고 써넣은 것. 학용품을 생산하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기계에서 우라늄 농축과 핵무기 제조에 쓰이는 원심분리기를 유추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전략물자 여부를 판단해야하는 통일부는 이 '원심분리기'의 각종 도면과 서류를요구했고 지원 일정도 그만큼 늦어질 형편이었다. "다른 물자를 우선 보내려고 '원심분리기'는 포기했어요. 꼭 이름 탓은 아니었겠지만 '샤프심 물기 제거기'라고 썼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단체 관계자는 현재 한국무역협회 전략물자정보센터에 샤프ㆍ볼펜 원료의 전략물자 여부를 문의해 놓은 상태라며 지원단체 스스로 반출물품에 대해 강한 책임감을가져야 하지만 전략물자 제한이 너무 까다롭다고 덧붙였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대북 반출물자에 대해 산업자원부가 발행한 HS코드 연계표를 기준으로 전략물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면서 "전략물자 의심품목을 가려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한국무역협회 전략물자정보센터 등 다양한 기관ㆍ단체에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함보현 기자 hanarmd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