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식 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심의관 > 지난해 12월 발생한 지진해일(쓰나미)로 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적어도 16만5천명이 사망하고 50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행히 이들 지역에는 경제활동이 집중되지 않아 경제적 손실이 1백36억달러에 그쳤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재앙인 1995년 고베지진은 인명피해는 이보다 훨씬 적었지만 건물 3천6백여 동과 39만여 주택이 한꺼번에 부서져 이번 쓰나미보다 경제적으로 7배나 많은 9백50억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복구하는 데에만도 피해액의 1.5배가 넘는 돈이 투입됐다. 두 사례에서 보듯이 피해는 경제활동이 집중된 곳이나 도로와 철도가 많은 지역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독일의 한 보험회사가 주요 대도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해위험도를 평가하고 이를 보험상품과 연계시키는 시도를 해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가 적은 지역은 리스크 지수가 커져서 외자유치가 현격히 줄어든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일부에서는 방재시스템을 갖추는 것보다 경보체제를 제대로 갖추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도 하지만,이럴경우 인명피해는 줄일 수 있어도 시설에 대한 피해에는 속수무책이다. 이제 방재시스템이 국가 경쟁력으로 간주되는 시대가 됐다. 그동안 비용으로 인식되던 재난방지시스템이 이제는 우리 경제에 실질적인 이익을 보장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속철도와 대형 댐,대형 다리,6층 이상 건축물 등은 내진설계가 돼있다. 원자력 시설은 이보다 더 엄격하게 대비하고 있다. 주변 지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지진 뿐만 아니라 일본 해역에서 지진해일이 발생해도 안전하게 설계돼 있다. 지난번 지진해일의 영향을 받은 인도는 많은 시설이 파손됐지만 칼파캄 원전 2기 중 1기만이 발전을 잠시 정지했다가 1주일 후 재가동했다. 정부는 지난해 사회안전망을 확보하기 위해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을 제정했고 '03년에는'원자력시설 등의 방호및 방재에 관한법률'을 제정,운영해 오고 있다. 올해에는 방사선비상진료기관이 지방 곳곳으로 확대돼 나갈 것이고,월성과 울진지역에는 방사능방재지휘센터가 새로 문을 열고 주민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할 예정이다. 우리사회의 구석구석에서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내진설계와 품질보증 관리를 철저히 적용해 나가고,재난에 대한 대응투자를 확대해 나가게 되면 한반도는 분명 재앙에 강한 지역이 되어 외국인이 안심하고 꾸준히 투자유혹을 느끼는 그런 나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