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국내 은행 임원 자격을 일부 제한하는 은행 임원 국적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아무리 외국계 은행이라도 이사회가 외국인 위주로 구성되면 은행의 공공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은행은 기업가정신을 가진 기업가의 기술혁신과 창업 등에 자금을 조달해주는 기능을 갖는다는 경제학자 슘페터의 얘기가 아니더라도 국가 경제를 운영하는 데 은행의 공적역할이 매우 중요한 까닭이다. 물론 반대론도 만만치는 않다. 세계화시대에 자본의 국적을 따지는 것도 우습거니와 외국인 임원을 제한하면 외국인투자가 위축될지 모른다는 현실적인 걱정이다. 아직 외국인 투자가 필요한 입장을 고려하면 외국자본에 열었던 문을 일부나마 도로 닫는 정책은 공연한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링컨 대통령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을까. 뜬금없이 링컨 얘기를 꺼내는 것은 그가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히고,노무현 대통령의 벤치마킹 대상이어서만은 아니다. 당시에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고,링컨의 선택은 오늘날 미국이 최강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는 밑거름이 됐다는 개인적인 판단에서다. 19세기 중반 링컨이 내건 기치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실용주의'였다. 이상적인 정책을 구현한다기보다는 분열된 미국을 통합하고 경제적으로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 무엇이냐는 식의 접근이다. 노 대통령은 후보시절 발간한 '노무현이 만난 링컨'이란 책에서 그런 링컨의 모습을 '조급한 개혁주의자도 단순한 원칙주의자도 아닌…전략적 현실주의자'로 묘사하기도 했다. 노예 해방도 따지고 보면 실용주의 정책에 다름아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로부터 '작은 예수'란 칭송까지 받았지만,실제 노예 해방은 도덕적 신념보다는 남북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인 차원에서 추진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그가 흑인을 열등한 인종으로 보아 참정권 부여에 반대했다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링컨의 실용주의적인 접근은 경제정책에서도 잘 나타난다. 대통령 당선 직후 남북전쟁을 개시할 즈음 그는 사상 유례없는 수준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관세법을 개정했다. 당시 산업이 발달했던 영국이 자유무역을 강조하자 그렇게 하면 미국은 영원히 농업국가로 남아 영국의 경제식민지 구실밖에 못할 것이란 논리였다. 때문에 최근에는 남북전쟁의 실질적인 원인은 노예 해방이 아니라 농업지대인 남부측에 불리한 고율 관세 정책이었고,링컨 이후 2차대전까지 지속된 고율 관세 정책이 미국 산업을 발전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연구들도 나온다. 링컨은 당시 외국인의 토지 소유나 채광권 벌목권 등에 대해서도 엄격한 규제를 가했다. 특히 은행의 경우 외국인은 아예 이사가 될 수 없도록 했고,미국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 주주들에게는 투표권조차 주지 않았다. 지금도 은행 이사는 임기 중 미국 시민권을 보유해야 하고,다수의 이사가 선임 1년 전부터 은행 소재지로부터 1백60km 이내에 거주해야 한다고 규정한 미국 은행법의 뿌리는 링컨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셈이다. 다시 우리의 현실로 돌아와보자.이제 외국인 임원 국적이 논란이 된 만큼 차제에 이 문제로 상징되는 외국자본의 금융산업 지배,더 나아가 외국자본과 우리 경제발전의 함수관계 등에 대해 한 번 심도있는 고민을 해볼 때가 아닌가 싶다.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