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증권집단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기업들의 과거분식에 대한 법적용을 2년간 유예하는 쪽으로 부칙을 개정하는 것이 그 골자다. 그저께 열린우리당 임채정 의장은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기업들에 과거분식을 한번 정리할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야당 역시 같은 입장이고 이해찬 국무총리도 이미 비슷한 언급을 한 적이 있어 법개정에 대한 재계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당정합의에도 불구하고 법사위 여당의원들 중에는 여전히 법 개정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아직은 걱정스럽기도 하다. 어제 법사위에서 열린 정부·재계·시민단체의 간담회도 그간의 입장차이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언제까지 기업들로 하여금 과거분식이라는 멍에를 지고 가게 해야 하는지 답답한 일이다. 이번에도 과거분식 사면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채 증권집단소송법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이 때 기업들은 투자는커녕 언제 터질지 모를 집단소송에 전전긍긍하며 불안에 떨게 될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과거 문제로 멀쩡한 기업도 흔들리게 하는 것이 법의 목적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과거분식을 해결할 방도를 찾지 않으면 안된다. 그럼에도 일부 여당의원들이 이런 사정을 외면하려 한다면 그것은 이해를 못해서가 아니라 기업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 때문에 그런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기업에 대한 불신이 없어지지 않는 한 우리 경제가 활력있게 되살아나기를 기대하기는 정말 어렵다. 정치권은 이번 기회에 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경제회복의 불씨를 살려나가자는 것이 지금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이고 보면 정책의 불확실성과 기업의 불안심리 해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집단소송법 개정을 주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