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가 기업들의 과거분식 부담을 털어낼 방안을 1ㆍ4분기중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함에 따라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개정 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과거분식 집단소송 2년유예'를 골자로 증권 집단소송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손질하겠다는 정부와 여당인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방침이 관철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처럼 증권 집단소송제가 보완된다면 기업들은 정치자금 제공 등 과거의 잘못된 관행으로부터 빚어진 분식회계를 시간여유를 갖고 바로잡을 수 있으며,집단소송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영업활동 및 투자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일부 여당 의원들이 '개혁 원칙론'을 강조하면서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가열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명분보다 실용으로 '가닥' 증권 집단소송제 개정 논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됐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해 9월 취임 직후 "현실에 비해 너무 앞서간다"며 보완 필요성을 제기했다. 11월부터 열린우리당과 국회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됐으며 12월27일엔 당정간 '과거분식 적용 2년 유예' 방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12월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일부 여당의원들의 반대로 당정합의가 파기됐다. 그 여파로 보완되지 않은 증권 집단소송제가 올해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당정은 지난 24일 내달 임시국회에서 증권 집단소송법을 개정한다는 원칙에 다시 합의했다. 곧이어 이 총리가 '과거분식 면탈' 방침을 공언한 것은 그간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필요가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집단소송 대상인 82개 상장 대기업 중 18개사(22%)가 집단소송을 당할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40개사는 대비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대로 뒀다간 집단소송에 걸려 파산하는 대기업이 속출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언제 어떻게 보완될까 지난해 말과 이달 24일 당정이 합의한 사항은 과거분식에 대해선 집단소송 적용을 2년간 유예해 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과거분식이란 증권 집단소송법이 공포된 지난해 1월20일 이전에 발생한 분식회계를 말한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 중 예전에 분식회계를 한 기업이 있다면 2년 내 과거분식을 청산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는 과거분식은 아예 소송 대상에서 빼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당정은 개정안이 통과되는 즉시 시행함으로써 오는 3월께 회계장부를 제출할 12월결산 대기업들의 집단소송 걱정을 덜어줄 방침이다. 자산규모 2조원 미만 기업에 대한 적용시점도 당초 예고한 2007년에서 2년 또는 그 이상 뒤로 늦추는 방안도 논의키로 했다. 금융감독 당국은 이와 별도로 악의적이며 대규모적인 분식이 아닌 경우 회계감리의 강도를 낮추는 문제도 검토 중이다. '전기오류수정' 등의 방법으로 분식회계를 자연스레 정리토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