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용근 글로벌리서치 대표ykji@globalri.co.kr > 해마다 신년이 되면 각 기업체에서 비전을 선포하고 직원들을 교육시키는 장면을 자주 본다. 그 만큼 조직원 모두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 어느 교수에게 졸업반 제자 한 사람이 찾아왔다. "교수님,제 비전은 중국에서 사업가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사업가가 되면 어떻게 사업을 펼칠 것인가,국가를 위해 어떻게 봉사할 것인가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교수가 질문했다. "자네는 중국어를 할 줄 아는가""아니오,아직 안 배웠는데요." 교수는 "그럼 중국어부터 배운 후 다시 나에게 자네의 비전을 얘기해 주었으면 좋겠네"라며 그 청년을 돌려보냈다. 혼자 어렵게 사업을 시작해 지금은 그 업계에서 몇 위 안에 드는 큰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사업가를 만난 적이 있다. "사장님은 처음 사업을 시작하시면서 이렇게 큰 회사를 만들 것이라는 비전을 지니고 있었습니까?"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다만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로 일하다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당연히 비전을 소유하고 사업을 일으켰을 것이란 나의 기대는 어긋났다. 위 두 얘기는 공통점이 있다. 비전이 인생 성공의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묵시를 가슴에 안고 달려라'라는 성서 이야기가 있다. 묵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삶의 지표로 삼는 율법이기도 하고,비전이란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비전을 새롭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비전은 기업이,개인이 현재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지표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의 사업가 말처럼 하루 하루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비전이 아닐까 한다. 우리사회가 앞으로 무엇이 될까,무엇을 가질까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생은 공부에 전념하고,직장인은 주어진 일이 결실을 맺도록 최선을 다하고,경영인은 직원과 고객의 만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삶의 자세가 보다 현실적으로 비전을 성취해 나가는 과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