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재도약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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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 디지털경제硏 이사장 >
해가 바뀌고 입춘이 되면 입춘대길(立春大吉)을 대문에 써 붙이고 만사가 좋아지기를 빌어 왔다.
아파트에 살다 보니 써 붙일 대문은 없지만 해가 바뀌면 만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언제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어두웠던 최저와 최악의 뉴스가 하도 많아 올해는 더 그렇다.
경제가 1995년 1만달러 소득을 달성한 후 10년째 게걸음이다. 잠재성장률이 최저인 4%로 떨어졌는데 세계 최저수준인 1.17명의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2040년대에는 1%대까지 떨어진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리는 최저인데 투자도 소비도 최악이니 금리의 인상도 인하도 단념했다.소비가 얼마나 얼어붙었으면 최대 서점 교보문고가 창업이래 처음 매출감소를 기록했을까. 투자를 얼마나 안 하면 상장사의 부채비율이 세계 최저수준인 98%나 됐을까. 개인저축률도 사상 최저인 1.5%로 떨어져 선진국들보다 낮아졌으니 암담하다.
최저 최악의 행진들 속에 마음은 무겁다. 경제가 어려우면 서민과 중소기업이 먼저 당하는 게 이치다.
대졸자 두 명중 한 명이 실업자이고 구직단념자와 불완전 취업자를 합친 실질적 실업은 15%에 달하고 실업급여를 신청한 사람도 사상 최대로 늘었다고 한다. 한 달에 5천개의 음식점들이 문을 닫을 정도로 서민경제는 어렵다. IMF 때는 어려워도 먹고살기라도 했으나 지금은 먹고살기도 어려워졌다는 서민들의 하소연이다.
30년만의 압축성장으로 12대 경제대국이 된 우리가 왜 이렇게 됐을까.
금융정책도 재정정책도 백약이 무효라니 많은 요인들이 있겠지만 근본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교육이 잘 돼야 사람이 되고, 신명이 나야 열심히 일하고, 그래야 가정도 기업도 나라도 잘되는데.우리는 신명이 나면 겁나게 일하는 민족이라고 한다.
전쟁의 폐허에서 못 먹고 못 입으면서도 자식교육은 시켰고, 사교육과 조기유학 열기를 보면 아직도 교육열기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대를 이은 가난을 떨치기 위해 새마을운동에 모두 나섰고,5백만명이 거리에 나온 월드컵 응원을 보면 신명도 되살릴 수 있다.
압축성장은 교육과 신명이 만든 기적이라 한다.
정부가 올해 경제를 잘 되게 하고 일자리도 40만개를 만든다고 한다.
고소득층은 자녀를 조기유학 보내 해외에 많은 돈을 쏟고 중소득층은 과외에 돈을 붓고 있으니 공교육은 무얼 하는가.
기업은 높은 임금에 노조는 전투적이고 다른 나라에 없는 출자규제도 하니 해외이전이 줄을 잇고, 정부는 집중투표제다 집단소송제다 '투명성 과시'에 열을 올리며 옥죄고 있으니 신명이 죽는 게 아닌지.백약에도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근저에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게 아닐까.
소비와 투자가 살아날 가망이 어두우면 음식점이 잘 안되고 일자리를 40만개나 만들기 힘들다.
경제가 이기심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도덕심이라는 '정부의 선의'에 의해 움직인다면 무슨 걱정이 있으랴.지난해에도 경제는 걱정말라고 했는데 교육이 이렇고 신명이 안 나니 그렇게 된 게 아닐까.
도대체 하고 싶은 공부도 마음대로 못하게 하고, 가고 싶은 학교도 선택하지 못 하게 하고, 스승이 제자를 마음대로 뽑지 못하게 하는 나라가 있을까? 정부가 나서 지배주주의 구성을 밝히고 투자와 경영을 규제하면서 외국기업은 자유롭게 활동하게 하는 나라가 있을까? 일본은 고교평준화 이후 빈곤의 세습이 더 심해진다고 과거 우리의 경기고와 같은 도쿄 히비야고의 입시를 부활시켰다.
어떤 미국 기업인은 집단소송제도는 "미국 사법체계의 가장 불행한 측면이고 최악의 제도"라고 했다.
이러고도 2만달러를 넘어 동북아의 핵심국가로 재도약할 수 있을까?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근본을 되돌아보자.정부는 경쟁국이 안 하는 일을 얼마나 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 필요한 일만 확실히 하는지? 경쟁국이 하지 않는 일을 하며 경제를 발목잡는 '독점'부처를 그대로 둬야 하는가? 정부도 경쟁체제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교육이 안되고 신명이 안 나면 미래는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