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품·소재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산업의 뿌리인 부품·소재산업이 튼튼하지 않으면 소득 2만달러시대를 열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이 부문 기술은 선진국의 79%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게다가 중국 등 후발국들이 맹렬하게 추격해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부품·소재 산업의 현주소와 발전방안 등을 점검하는 시리즈를 싣는다. -------------------------------------------------------------- "MP3플레이어 한 대 만드는 데 들어가는 국산 부품이요.전체 4백여개 부품 중에서 외장케이스,배터리 등 3% 정도 뿐입니다."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이 한창 급락하던 때 국내의 한 MP3플레이어 수출업체 구매담당자는 충격적인 얘기를 털어놨다. 그는 "저장매체인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LCD,메인칩,튜너IC 등 핵심 부품을 대부분 미국 일본 대만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며 "환율하락세가 오히려 원가절감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환율하락(원화절상)의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물론 MP3플레이어 부품의 국산화율은 업체마다 차이가 크다. 실제로 영세업체들의 경우 국산화율은 50% 이상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반면 해외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상위 업체들은 수입의존도가 높다. 특히 차세대 제품으로 꼽히는 하드디스크 타입 MP3플레이어 제품의 국산화율은 5% 안팎이란 게 업계의 전언이다. 다만 플래시메모리 타입의 경우 삼성전자의 메모리를 사용하면 국산화율(원가기준)이 40∼50%에 이른다고 한다. 반도체와 함께 최대의 수출품목인 휴대폰도 핵심 부품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들어 휴대폰의 멀티미디어기능이 강화되면서 첨단 부품의 해외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CDMA방식 휴대폰의 모뎀칩은 미국 퀄컴의 제품을 1백% 수입해 쓰고 있다. CCD(고체촬상소자)방식의 카메라 모듈도 마찬가지다. 이미 국내에서 5백만화소 카메라폰이 나왔고 세계 시장에서도 카메라폰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CCD방식의 이미지센서와 렌즈 등은 일본의 소니 산요 NEC 등에서 사오고 있다. CMOS방식의 이미지센서도 현재 1백30만화소용까지만 개발돼 있다. 이동근 팬택앤큐리텔 상무는 "일부 핵심부품들은 아예 국산제품이 없거나 있더라도 기능과 신뢰성면에서 외국제품에 크게 뒤진다"며 "이 때문에 고화소 카메라폰 등 신제품의 적기 출시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부품·소재 산업 육성을 통한 산업고도화가 한국경제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으로 완제품의 조립생산 능력이 평준화되면서 부품·소재 산업이 기업과 국가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을 기준으로 국내 부품·소재산업은 전체 제조업 생산액의 38%,종사자가 46.3%,수출입의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제조업의 중추로 떠올랐다. 완제품 생산원가와 부가가치의 60% 이상을 부품·소재부문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부품·소재 업체들의 기술수준은 선진국에 따돌림당하고,후진국에 추격당하며 '회색지대'에 머무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분석한 우리 업체들의 기술력은 선진국의 78.8% 수준이다. 대일무역수지 적자도 꾸준하게 늘어가는 추세다. 2001년 1백3억달러였던 대일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10월까지 1백71억달러를 기록했다. 문제는 총 3만4천개에 이르는 국내의 부품·소재업체(5인 이상) 중 3만3천여개가 중소기업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어떻게 전문화,대형화를 이룰 것인지,대기업과 어떻게 협력관계를 정립할 수 있을 지가 선결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언오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부품·소재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해외 기업과 직거래하는 글로벌 서플라이어가 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자원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궁 덕·김태완·문혜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