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에서 힘은 최고로 세졌으나 영향력은 줄었다는 게 조지 부시 대통령의 1기 외교에 대한 비판ㆍ우려론의 핵심이고찬성론도 이 진단에 굳이 반론하지는 않는다. 보수 싱크 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이 최근 출범을 앞둔 부시 2기 행정부에 대한정책 제언에서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와 협력하되 그에 속박돼선 안되며 국제기구가(미국 뜻대로) 움직이 않을 경우 미국 주도의 연합을 구축하고 그것도 여의치 않을경우 일방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말한데서도 이같은 우려의 현실론이 반영돼 있다. 세계가 미국을 따르지 않을 가능성을 보면서 그러나 미국은 세계 최고, 역사상최고의 힘을 갖고 있으므로 그것을 바탕으로 미국의 국익을 관철시켜 나가면 된다는것이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재선된 이래 취임식을 앞둔 최근까지 쏟아져 나오는 2기 외교 전망 가운데는 부시 대통령의 강한 뜻과 의지는 1기 때와마찬가지로 변함이 없을 것이되, 그것을 펼칠 국내외 여건은 1기의 부산물로 인해나빠졌기 때문에 제약이 1기 때보다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부시 대통령이 재선 후 첫 외국 방문인 캐나다 연설에서 유럽 맹방들에 "손을내밀겠다"고 말한 것이나, 최근 인도양변 국가들의 해일 참사에 자금지원외에도 대규모 군대와 군장비를 신속히 파견, 특히 이슬람세가 강한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구호 외교에 적극 나선 것 등은 부시 행정부도 이런 점을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20일 새 임기 취임식을 갖는 부시 대통령의 2월 하순 유럽순방 계획은 부시 대통령이 자신의 업적을 남길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을 만들기 위한정지작업인 셈이다. 미국 언론과 외교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이 유럽 순방에서 던질 메시지와 행동이 앞으로 4년의 세계 전략을 예고할 것이라고 보고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세계 기류의 풍향계는 부시 대통령의 유럽 순방 이전에도 올초두달 사이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미 지난 9일 실시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선거에 이어 부시 대통령 취임열흘만인 이달 30일 이라크에서도 선거가 실시된다. 두 선거는 부시 대통령이 자신의 최대 업적이 되기를 희망하는 중동평화 달성여부를 결정하는 2대 축이 될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의 전망이 일치한다. 물론 여기서도 낙관과 비관은 엇갈린다. 고(故)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과 대좌를거부했던 부시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선거 후 마흐무드 압바스 당선자가 "워싱턴에 오면 환영하겠다"고 말해 압바스와 대화를 통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분쟁 해결에 적극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세계의 첫 반응도 압바스의 당선으로 중동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으나, 이스라엘에 기운 부시 대통령과 팔레스타인에 기운 유럽이 절충점을 찾을 수있을지에 대해선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이는 미-유럽관계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가 서로 얽혀있는 난제라는 점을보여준다. 이라크 선거 역시 부시 대통령과 그의 동맹인 네오콘, 그리고 이들과 대척점에있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까지도 팔레스타인 선거의 성공과 함께 대(大)중동에 평화를 가져올 민주주의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적어도 공식적으론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 국가안보좌관과 부시 대통령의 외교자문위원장을지낸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같은 일부 전문가는 최근 "이라크 선거가 희망찬 전환점이 되기보다 갈등을 더 깊게 할 우려가 있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외에 부시 대통령의 취임사와 2월초로 예상되는 미 의회에서의 새해 국정연설도 부시 2기의 대내외 정책을 미리 짚어볼 수 있는 중요한 풍향계다. 또 부시 대통령의 취임사부터 그동안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던 북한 핵문제도다시 대두할 전망이다. 내달초 국정연설 직후부터 북한의 반응, 특히 6자회담 복귀 여부에 관심이 쏠리면서 북한의 즉각적인 반응이 없을 경우, 부시 대통령의 북핵 `외교ㆍ평화 해결을위한 인내심의 시한'에 관한 부시 행정부 안팎의 논란이 크게 일 것이기 때문이다. 제2기 임기를 맞은 부시 대통령이 이같은 대외적 도전과 과제에 대처해 나가는데는 사회보장 제도 개혁을 둘러싼 국론 양분, 무역ㆍ재정 적자와 이라크 전비 출혈로 인한 자금 부족도 큰 제약 조건이 될 것이라고 미 언론 보도들은 전하고 있다. 2기를 맞은 부시 대통령이 이같이 산적한 난제들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