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작년말 정부 각 부처에 10여명의 공기업 및 산하기관의 간부들에 대한 해임조치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올해 공기업에는 인사태풍이 몰아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만 해도 20여명에 달해 인사요인이 "상당"하다는 관측이다. 특히 집권후 2년간 공기업에 대해서는 거의 손을 대지 않은 청와대가 공기업 수술에 착수할 경우 그 폭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청와대 '공기업 사정' 확대되나 청와대는 작년 말 각 부처에 문제가 있는 공기업 간부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다. 일괄적으로 기관장 및 임원 해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는 1년간의 다양한 사정 자료들을 종합해 그 결과를 통보했다. 해임을 요구한 기관장 가운데는 대형 공기업 사장도 3명이나 포함돼 있다. 이들은 상습적으로 평일에 골프를 치거나 방만하게 기업을 경영했다는 이유로 해임을 요구받았다. 일부는 지인의 기업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나머지는 감사 등 임원진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해임 및 문책 요구는 노무현 정부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문책 요구는 시작일 뿐이고 대대적인 감찰활동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노무현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집권 후 공기업 물갈이 인사를 하지 않았다. 기관장 임기 보장이 명분이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후 평가 결과 공기업의 자체 개혁이 미비할 뿐 아니라 방만한 경영이 곳곳에 남아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당초 작년 상반기 대대적인 공기업 개혁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 사태 등으로 이 같은 계획이 지연됐다. 올해 중에는 공기업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 감찰 작업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타깃은 비위 혐의자와 경영성과가 낮은 공기업 경영진 등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에는 공기업 내부에 상당한 인사 요인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상반기 임기 만료 기관장 20여명 상반기에 기관장 임기가 만료되는 주요 기관은 국민연금관리공단(장석준),기술신용보증기금(박봉수),대한주택보증(권오창),신용보증기금(배영식),지역난방공사(정동윤) 등 20여개에 이른다. 이미 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 등은 공모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반기에도 한국조폐공사와 한국석유공사 등 10여개 기관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이들 자리 중 일부는 과거 정권에서는 공무원 출신이 가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예금보험공사 사장 공모에서 처음으로 재정경제부 출신이 아닌 최장봉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선임되면서 이 같은 관행이 파괴됨에 따라 향후 인선에서 '파격'이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이와 함께 대형 국책 연구기관장 공모 결과도 관심거리다. 김중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의 임기가 오는 8월 초 만료된다. KDI가 작년 10월 경기전망을 내놓지 않자 청와대가 김 원장을 중도 교체하려 했다는 소문이 있었던 터라 후임 인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또 현재 공모가 진행 중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에는 현오석 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과 이경태 전 OECD 대사,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이 경합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기관장이 대폭 교체되면 임원 등 후속인사가 뒤따를 수밖에 없어 올해가 최대 공기업 인사의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청와대는 기관장뿐 아니라 임원진 개편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향방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용준·김동윤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