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부터 11월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5백30만명. 이들이 국내에서 지출한 돈은 모두 52억달러였다. 반면 해외 골프 등을 위해 관광목적의 여행을 떠난 한국인은 8백10만명. 이들이 해외에서 쓴 돈은 86억1천만달러에 달했다. 일반여행 수지 적자만 34억1천만달러(원화 3조5천억원 상당)에 이른다. 현대자동차가 2003년과 지난해 상반기동안 벌어들인 순이익 합계 2조7천억원보다 여행수지 적자가 30%나 더 많다. 교육이나 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조기유학 및 연수 등으로 국내에서 빠져나간 돈은 2조3천억원에 이르며,외국 병원에서 진료받기 위해 지출된 돈도 1조원을 웃돌았다. ○외국서 쓸 돈 국내서 쓰면 1% 더 성장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유학 골프 관광 의료 등의 소비를 위해 해외에서 지출된 돈이 98억달러로,연간 기준으로는 1백20억달러(12조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소비성 해외지출의 증가에 따라 가계 최종소비지출 중 해외 소비지출은 2003년 2.7%에서 지난해 3분기엔 3.7%로 대폭 뛰었다. 재경부 관계자는 "해외 소비성 지출 12조6천억원은 7백조∼8백조원으로 추산되는 국내 총생산(GDP)의 1.5%포인트를 웃돈다"며 "해외 지출자금 중 3분의 2가 국내에서 소비될 경우 GDP가 1%포인트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업 살아야 경제회생 집권 3년째인 노무현 대통령은 올해 경제에 올인하겠다는 각오를 수차례 밝혔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구체적 과제로 5% 성장률 달성과 일자리 40만개 창출을 제시했다. 이를 이루기 위해선 서비스업이 다른 업종에 비해 먼저 살아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체 취업자 중에서 서비스업 취업자 비중은 지난해 11월말 현재 72.7%.10억원을 투입했을 때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제조업이 9.4개인 데 비해 서비스업은 14.9개에 이른다. 서비스업으로 성장률이 1%포인트 높아지면 일자리가 10만개 정도 생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서비스업을 성장엔진으로 채택,향후 동아시아의 교육과 의료 허브가 되겠다는 '비전 2018'을 발표했으며,중국 역시 제한적인 수준이나마 의료시장을 개방함으로써 서비스산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서비스육성책에 시동 건 정부 재경부는 국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해외 유출자금을 되돌리겠다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서 논의되고 있는 40개 업종에 대한 규제현황을 전면 재검검해 하반기 중 서비스시장 개방 종합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경부는 특히 교육 법률 의료 등 이해대립이 심한 사회 서비스업을 과감하게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골프장을 늘리기 위한 지원책으로 골프장 특별소비세를 완화시켜 주고 각 지방자치단체의 골프장 유치를 유도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등 관련부처에선 급격한 개방땐 현재의 공적인 의료 및 교육시스템이 붕괴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