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을 앞둔 한 서울시 공무원이 아버지의 의문사를 추적해온 고단한 과정을 책으로 엮어냈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노원구청 생활복지국장인 전희구(60)씨는 7일 오후 6시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피어오를 새날'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이 책에는 7살 어린 나이에 마지막으로 본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기위해 반세기 동안 벌여온 그의 눈물나는 이야기가 담겨져있다. 이 책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는 1950년 부산지역 모 신문사의 편집부 차장으로 근무하던 중 한국전쟁 보도와 관련해 좌익으로 몰려 당국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다가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씨는 1968년 군복무 시절 휴가를 내서, 함께 끌려갔지만 무혐의로 풀려난 아버지의 직장 동료 2명과 면담한 뒤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확신을 갖고 사인규명에 발벗고 나섰다. 전씨는 이들을 상대로 끈질기게 진실을 말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끝내 이들은 입을 다문 채 세상을 떠났다. 전씨는 1990년들어서는 부산 지역 모든 언론인들과 예술인들을 일일이 찾아가만났으며 1997년 아버지와 다른 언론사 출신의 전직 언론인으로부터 아버지의 사망에 대한 전모를 듣게 됐다. 그 언론인은 아버지의 사망 현장에 함께 있었으며 73세 나이에 진실을 기꺼이녹취해주고는 유명을 달리했다. 전씨는 이 책에서 아버지의 행방불명 이후 어린 두 동생이 병사하고 어머니와이별해야하는 등 한 가정의 몰락 과정까지 숨김없이 드러냈다. 전씨는 정규 학교를 다니지 못했지만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9급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 대통령표창, 정부모범공무원상, 서울시장상 등을 수상하는 등 모범적인공직을 보냈다. 전씨가 아버지의 죽음을 끝까지 파헤친 것은 세상에 대한 끓어오르는 분노와 아버지에 대한 명예회복이 이유였지만 책을 쓰면서 아버지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을 찾게됐다는 것. "이 책은 아버지를 위한 일종의 `씻김 굿'입니다. 모든 의문사 현장에 있는 수사 관계자들은 `역사의 신' 앞에 진실을 말해야 합니다. 더 이상 아버지와 같은 의문사는 이 땅에 없어야 합니다" 오는 6월 공직을 떠나는 전씨는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인생의 2막을 시작하고 싶다"며 뒤보다는 앞을 내다보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창욱 기자 pc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