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올해 신년사 내용 중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새롭게 중장기 비전으로 제시된 `고객을 위한 혁신'(Innovation for Humanity)이다.
그동안 양적 성장을 겨냥해 달려온 현대차그룹이 세계 초일류메이커의 반열로도약하기 위해서는 그룹 전체를 대대적으로 재수술해야 한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집약돼 있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기존의 `글로벌 톱5'를 대체할 새로운 그룹 비전을 모색하라는 정 회장의 지시에 따라 그룹 전략조정실을 중심으로 마스터플랜을 짜기 시작한 것은 작년 6월부터다.
이어 국내외 설문 조사를 통해 새로운 비전의 필요성을 검증한 현대차그룹은 현대.
기아차 등의 부문별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워크숍을 열어 새 비전에 반영될 사내외 환경 변화와 그룹의 미래 지향점 등에 대해 연일 난상토론을 벌였다.
그 후 2차례의 경영진 보고와 평가, 전문 컨설팅기관 자문 등을 거쳐 다듬어진후보안을 놓고 다시 전 임직원 대상의 설문조사를 벌여 지난해 12월에야 정 회장에게 보고할 후보안을 마련했다.
물론 `고객을 위한 혁신'을 그룹의 새로운 비전으로 최종 낙점한 것은 이 작업을 직접 지시한 정몽구 회장 본인이다.
현대차그룹의 새 비전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고객 가치'를 경영목표의 중심으로 설정한 정 회장의 의중이 읽혀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굴지의 월마트나 GE같은 초일류기업들이 오늘날의 성공을 이뤄낸 비결이바로 `고객가치' 경영이라는 것은 거의 국내외 경영학계의 정설이다.
그럼 현대차그룹은 왜 이 시점에 `고객을 위한 혁신'이라는, 일견 평범한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는 비전을 들고 나선 것일까?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1년 수립한 `글로벌 톱5' 비전만 갖고는 현 단계에서 세계 초일류 자동차메이커 도약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톱5'라는 비전 아래 전사적 경영혁신과 차량 품질의 괄목할만한 향상을 이뤄낸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현대.기아차가 향후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하고 세계 자동차산업의 선도적 위치로 도약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쏘나타 등 일부 모델이 해외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는 하나 그 정도로는부족하고, 한 차원 더 높은 차량 품질의 획기적 개선과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새로운수익구조를 창출할 필요성이 절실히 대두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실인식은 도요타, 혼다, 렉서스 등 일본 차는 물론 벤츠, BMW와 같은전통적 명차들과의 본격 경쟁을 염두에 둔 사전 포적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현대차가 오는 3월 본격 가동될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생산 준비에 남몰래 심혈을 기울여온 이유도 앨라배마 공장을 교두보로 한 미국시장 공략이 새로운비전 실현의 첫 걸음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리가 `고객 혁신'의 새 비전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인지를 가릴 첫번째 시금석이 미국 앨라배마 공장"이라면서 "지금까지의 시장조사 결과만 보면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될 NF쏘나타의 미국내 판매 전망은 매우 희망적"이라고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 ch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