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지진ㆍ해일 참사로 예년의 떠들썩했던 지구촌 송년 분위기가 실종됐다. 태국 정부는 30일 방콕에서 탁신 치나왓 총리와 테니스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비너스 윌리엄스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르려 했던 제야행사를 취소했다. 호주 국민들은 31일 밤 시드니에서 열리는 제야행사에서 아시아 해일 피해자들의 명복을 비는 1분간의 묵념시간을 갖기로 했다. 시드니 시(市) 위원회는 국제 구호단체 옥스팸과 함께 이날 시 곳곳에서 재난피해자들을 위한 기부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압둘라 바다위 총리 지시로 정부 차원의 모든 새해맞이 행사를 취소하고 대신 추모식을 열기로 했다. 싱가포르는 주요 공연장인 에스플라네이드 극장에서 제야 행사로 추모식을 거행하고, 요란스러운 예년의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1분간의 묵념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또 적십자사와 함께 극장 관객들을 대상으로 기부행사를 열 방침이다. 해일로 300여명이 실종상태인 싱가포르는 이와 함께 신년맞이 불꽃놀이도 취소했다. 홍콩 관광청도 송년 및 신년 축하 불꽃놀이를 취소한다고 30일 밝혔다. 인도의 유명 호텔들도 당초 계획한 새해맞이 행사를 취소했으며, 뉴델리의 대통령궁은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래 처음으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31일밤 건물에 불을 밝히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비서실은 "압둘 칼람 대통령은 1월1일 대통령궁에서 하객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지 인기그룹 '유포리아'가 초청된 뉴델리 해비타트센터의 대규모 댄스파티도백지화됐으며, 마하라쉬트라주(州) 정부의 후원으로 오는 1월7일부터 열흘간 열릴 예정이었던 인도 문화축제도 해일 피해자 추모의 뜻으로 연기됐다. 해일로 2만5천여명이 사망한 스리랑카에서는 찬드리카 구마라퉁가 대통령이 31일을 애도의 날로 선포하면서 호화 호텔들은 송년만찬을 잇따라 취소했으며, 라디오방송에서는 경쾌한 음악이 아예 사라졌다. 아울러 스리랑카 복권업체들은 올해 말까지 복권판매를 중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수도 콜롬보의 각 가정과 상점, 사무실에는 애도의 표시로 하얀 깃발이 내걸렸다. 이 처럼 유례가 드문 숙연한 신년맞이 분위기는 자국민의 사망ㆍ실종자가 적지않게 발생한 유럽의 대부분 국가들과 미국 등에서도 연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태국을 여행중인 미국인 브라이언 케네스는 "지금은 새해를 축하하며 맞을 기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푸껫ㆍ시드니 AFPㆍUPI=연합뉴스) quarri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