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1] 증권관련 집단소송제가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내년 1월1일부로 시행됩니다. 이성경 기자 나와있습니다. 결국 보완책 없이 그대로 시행되는 것입니까? [기자] 재판이나 각종 시장조치 등에 적용하기 위한 실무규정 작업은 거의 마무리단계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집단소송제의 부작용을 막을 보완책은 법시행전 마련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무방비 강행이라는 위험한 실험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2] 실무규정 작업은 어느 단계까지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대법원은 재판실무에 적용하기 위한 시행규칙을 확정해 오는 29일 공표할 예정이며 증권거래소와 증권업협회는 각종 시장조치를 위한 세부규정을 마련했습니다. 대법원의 시행규칙은 소송남발을 일정부분 제한하고 원활한 재판진행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우선 소를 제기한 소액주주는 소장접수 10일 이내에 소송 제기 사실을 중앙 일간신문에 공고해야 하는데 이때 원고가 공고료를 내지 못할 경우 법원은 소송을 각하할 수 있습니다. 또 인지대 등 각종 소송비용을 내지 못할 경우 소송을 허가하지 않거나 진행중인 소송의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민사소송에서 부분 적용되고 있는 소송비용의 국고대납을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 두가지 규정은 소송남발을 막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최종판결전에 원고와 피고간에 화해가 이뤄진 경우 반드시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했으며 이경우 양측이 불복할수 없도록 했습니다. 이것은 소송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와별도로 증권거래소와 증권업협회는 공시와 시장조치를 위한 세부규정을 마련했습니다. 내년부터 소장 접수나 법원의 소송허가 등 집단소송제 관련된 제반 사항은 의무 공시대상이 됩니다. 또 투자자의 주의환기를 위해 공시후 일정시간(예: 30분) 주식거래가 정지됩니다. [앵커3] 법시행을 위한 절차는 차근차근 진행중인데 재계와 경제부처가 추진해왔던 대비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그동안 재계는 과거의 분식회계에 대해 대사면론을 주장해 왔습니다. 회계의 특성상 과거 한번만 분식회계를 했더라도 이후 몇 년을 두고 회계장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재계는 과거의 회계위반은 일괄사면하고 시행후 새로이 저질러진 위반행위만 집단소송제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사실상 거부됐고 이후 금융감독위원회 등 정부는 3년 유예를 대안으로 내놨습니다. 이것은 이미 저질러진 회계부정에 대해 앞으로 3년간 시간을 줄 테니 모두 자백하고 털어내라,이경우 집단소송의 대상에서 제외시켜 주겠다는 것입니다. 3년 유예안은 정부와 여당이 상당부분 의견접근을 본 듯 했지만 결국 여권내 강경파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현재로선 법개정이 회의적인 상탭니다. 오늘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가 열리고 집단소송제 개정안이 의안으로 올라가 있지만 각종 정치현안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법시행전 개정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연내 개정이 어렵다면 2004년 재무제표가 나오는 내년 3월이전에라도 개정되어야 하는데 이또한 장담할 수없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주무부서인 법무부와 국회 법사위 소속원 대부분이 법조인이기 때문에 보완책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국을 변호사천국으로 만들어줄 집단소송제를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앵커4] 재계 반응 어떻습니까? [기자] 집단소송제는 승소와 패소가 가려지기전에 일단 소송이 제기됐다는 것만으로도 기업을 파산시킬수도 있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의미가 아무리 좋더라도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전세계에서 집단소송제를 시행하고 있는곳은 미국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시행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재계는 극도의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는 집단소송제를 "과시성 투명성 증후군"이라며 부작용을 경고했습니다. 해외에서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최근 모리스 그린버그 AIG그룹 회장은 집단소송제를 미국의 가장 불행한 사법체계라고 규정하며 이것을 한국이 왜 도입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앵커5] 증권 집단소송제의 대상이 되는 기업은 얼마나 됩니까? [기자] 자산 2조원이상 80여개기업이 당장 내년부터 집단소송제의 대상이 됩니다. 언뜻 보면 극히 일부기업에 한정된 문제일수 있지만 이 80여개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상장사들 대부분이 포함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에따라 집단소송제는 해당 기업 뿐아니라 주식시장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비중이 높아진 시점에서 외국인 자금이탈을 가져올수도 있습니다. 최근 정부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증권업 규제완화와 벤처,코스닥 지원대책을 잇따라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지원책은 집단소송이 실제로 제기될 경우 완전히 무력화될 수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불을 지피고 한쪽에서는 찬물을 끼얹고 있으니 정부의 정책목표가 제대로 실현될리 없습니다. 이같은 다각적인 이유 때문에 며칠 남지 않은 시간동안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막판 대타협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성경기자 skle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