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창안대로(長安大路)를 달리다 보면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청색 외관의 멋들어진 쌍둥이 빌딩 2동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빌딩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거나 자전거를 타고 부지런히 오가는 베이징시민들도 독특한 외관에 잠시 시선을 멈추곤 한다. LG그룹이 지난해 7월 착공한 이 `LG 베이징 타워' 건물은 글로벌 경쟁의 최격전지가 된 중국 시장을 바라보는 한국기업들의 달라진 시선을 한마디로 대변해 준다. 중국은 이제 값싼 인건비에 치우친 생산기지 차원을 떠나 연구.개발(R&D) 등을아우르는 글로벌 공략의 최대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는 것. 현지우수인력 채용 움직임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LG를 비롯, 중국 사업의 효율성 및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중국내 지주회사 설립 및 사옥 건설에 앞다퉈 뛰어드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중국은 명실상부한 `제 2의 내수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비오디 하이디스, 쌍용차 등이 잇따라 중국 업체에 넘어가는 등 중국기업들이 MA& 시장에서 `사냥꾼'으로 변신하고 있는 가운데 기술 유출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데다 업체간 경쟁도 갈수록 격화돼 충분한 인적 네트워크 형성 등진출에 앞서 철저한 사전 검토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넓고 할 일은 많다' =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차의 중국내 100만대(현대 60만대.기아40만대) 구축 시점을 2010년에서 2008년으로 앞당겼다. 베이징현대차는 현재 연산 15만대의 1공장을 2005년 9월까지 30만대 규모로 증설하고 6억달러를 추가 투입, 2006년말까지 2공장(30만대 규모)을 세우기로 했다. 베이징현대차는 내년초 콤팩트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투싼을 비롯, `쏘나타', 베르나 후속 `MC' 등 신규 차종의 지속 투입을 통해 2007-2008년께 풀라인업을구축, 2010년께 현지 점유율을 현 6.6%에서 2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둥펑위에다기아차도 총 6억4천487만달러(약 7천550억원)를 투입, 연산 30만대의제2공장 건설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ST마이크로사와 합작, 20억달러를 투입해 내년초 중국 공장건설을 시작해 2006년 양산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작년 11월 중국내 지주회사인 포스코차이나를 설립한 포스코는 급성장하는 중국내 건설산업 수요를 겨냥, 오는 2006년까지 총 14억달러를 추가 투자키로 했다. 중국 유통시장 확대 개방에 맞춰 신세계는 지난 97년 상하이에 이마트 1호점을연지 7년만인 올해 2호점을 오픈했고 2010년까지 50여개의 점포망을 구축키로 했다. CJ홈쇼핑은 상하이미디어그룹과 합작으로 `동방CJ홈쇼핑'을 설립, 지난 4월1일중국에서 첫 방송을 시작한 뒤 하루평균 1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올해 3천만달러에 이어 2010년 14억달러의 중국 매출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파리바게뜨는 지난 9월 중국 상하이에 1호점을 개장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10개, 2005년 50개, 2006년에는 120개로 중국내 점포를 늘릴 계획이다. 현대종합상사는 올 11월 중국에 740만 달러를 투자, 칭다오현대조선 합작사를설립해 종합상사로는 처음으로 해외 조선업 부문에 진출했다. SK네트웍스는 내년 자동차 정비 서비스업인 `스피드메이트'를 중국에 런칭한다. ◆한국제품, `프리미엄을 지향한다' = 삼성전자는 중국내 휴대폰 시장 전체에서는 노키아, 모토로라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지만 3천위안 이상 고가시장에서는 50%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애니콜 성공 신화'를 세웠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PDP, 홈시어터, 양문형 냉장고, 드럼세탁기, 프린터, 캠코더, LCD 모니터, 노트북 PC 등 9가지를 전략제품으로 선정, 차별화된 기술력과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명품 대열에 올라서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2010년 중국매출을 올해 100억달러 안팎에서 250억달러로, 전세계시장내 중국 비중도 현 18%에서 25-30%로 높이기로 했다. 시장조사기관인 ORG-GFK에 따르면 LG전자도 올 1-7월 누계 기준 CRT 프로젝션급이상 TV에서 11.1%로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 역시 점차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중고가 이상의 프리미엄 TV를 주력품목으로 설정, 중고가 위주의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대단위 집중수요에 적극 대응키로 했다. 하이닉스 반도체는 중국 D램 시장에서 올 상반기 42%의 점유율(아이서플라이 집계 기준)로 1위를 유지하는 등 압도적 위치를 지켜나가고 있다. 베이징현대차는 이달 23일 중국 자동차 사상 최단기간인 24개월만에 생산 누계20만대를 돌파했고 특히 준중형급인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는 지난달 혼다 어코드를 제치고 중국내 전모델에 걸쳐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현재 중국 파이 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국에 `제2그룹' 설립 `잰걸음' = SK는 중국을 발판으로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지난 10월 베이징에서 중국 사업 총괄 지주회사인`SK 중국 투자유한공사'를 설립햇으며 2010년까지 중국에 매출 5조원, 20여개 현지법인을 보유한 에너지.화학그룹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SK는 2010년까지 중국에서만 5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한편 중국 현지법인 매출비중을 2003년 2%에서 2010년 6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LG그룹은 내년 8월 완공을 목표로 베이징 시내 창안대로(長安大路)에 제2의 쌍둥이 빌딩인 `LG 베이징 타워'를 건설중으로 LG전자, LG 화학 등 중국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그룹계열사 10여곳이 이곳에 둥지를 틀 예정이다. 현대차그룹도 중국 시장을 보다 효율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중국내 그룹 계열사들의 업무를 총괄.조정하는 지주회사 출범 작업을 막바지로 진행하고 있다. 이 지주회사는 현대.기아차를 포함, INI스틸, 하이스코 등 중국내 15개 계열사전체를 총괄 조정하게 되며 현대캐피탈을 통한 금융서비스 시장 진출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베이징 시내 차오양(朝陽)구내 지하 3층, 지상 22층 규모의 밀레니엄 타워를 인수, 중국내 계열사의 헤드쿼터로 육성하고 있다. ◆R&D 거점.우수인재 확보 `총력' = 주요 기업들은 단순한 생산기지 확보 차원을 넘어 현지 R&D 거점 및 우수 인재 확보 작업에 `올인', 현지 완결형 체제 구축을통한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밀착형 R&D 체제를 위해 지난해말과 올해초 쑤저우와 항저우에 각각반도체 후공정 연구소, 시스템 LSI 연구소를 연이어 개소한데 이어 지난 8월에는 소프트웨어 연구소를 오픈했다. 삼성전기도 중국을 글로벌 공급대응을 위한 양산 거점화 및 복합단지로 운영하기 위해 현지의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종합 R&D센터 건립작업을 진행, 개발.경영자원의 현지화에 주력하고 있다. LG화학도 중국내 R&D 센터를 설립, 현지 생산비중을 현재 중국 매출의 40% 수준에서 2006년 57%, 2008년 79%로 높이기로 했다. 우수인력 채용을 위한 `헌팅 작업'도 가속화, 삼성전자는 2002년부터 중국내 명문대를 돌며 기업설명회를 실시하는 한편 베이징대, 칭화대 등 우수대학을 중심으로CEO들이 직접 강연회를 갖고 있다. 우수대학을 선정, 삼성장학급도 지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0년 현지인을 베이징 통신연구소장에 채용하는 등 핵심 포스트의 현지화를 통해 현지 우수인력에게 성장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LG화학 경영진들은 이달 한달간 중국 15개 대학을 돌며 우수인력을 헌팅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