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옷장사를 하는 이모(52)씨는 "20여년째 장사를 하면서 요즘 같은 불경기는 처음"이라면서 "그래도 희망이 보이면 버티겠는데 내년에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한숨지었다. 개인택시를 10년째 몰고 있는 김석광(47)씨는 "내년에 경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요즘 같으면 정말 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2004년은 극심한 경기침체로 국민들 사이에서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었다"는탄식이 그치지 않은 한해였다. 내년 경기 전망도 어둡다. 내년도 우리 경제에 대한 우울한 전망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내년을바라보는 서민들의 얼굴도 올해보다 훨씬 더 어둡다. 그나마 내년 하반기에는 회복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도 있어 내년 상반기를 고비로 내수 침체에서 벗어날수 있을지 주목된다. ◆내년이 더 어렵다 =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심리가 갈수록 위축돼 우리경제가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통계청이 매월 발표하는 소비자 전망조사를 보더라도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싸늘하기만 하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11월 소비자 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6개월 후 경기에 대한 소비자 기대심리를 가늠하는 소비자기대지수가 86.6을 기록, 2000년 12월82.2 이후 4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2월의 86.7보다도 더 낮은 수준이다. 소비심리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악화된 셈이다. 특히 소비를 주도해야 할 고소득층의 소비심리가 사상 최악으로 추락했다. 기업 체감경기는 훨씬 더 심각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내년도기업 체감경기 조사'에 따르면 내년 연간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8.7로 기준치인100을 크게 밑돌았다. 연간 BSI가 100을 넘으면 그해 경기가 전년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이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많다는 것이고 100 미만이면 반대를 뜻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백화점과 할인점, 슈퍼마켓 등 전국 소매유통업체 85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5년 1.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 조사에서도 1.4분기 소매유통업경기전망지수(RBSI)가 64로 2002년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경기회복 언제쯤 = 경기침체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는 등 불황이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내 주요 기업 CEO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00대 기업CEO 경제전망 조사'에서 81%가 `2006년 이후'에나 경기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답해내년에도 경기회복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3분의 1 이상이 향후 3년 이상 경기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 불황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경련이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43%가 경기 회복 시점으로 `내년 하반기'를 꼽았으며 41%는 2006년에나 가능하다고 답했다. `향후몇년간 경기회복 가능성이 없다'고 전망한 기업도 15%나 됐다. 또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심리적 불안'이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있는 내수부진의 원인으로 꼽혔으며,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신세계 구학서(具學書) 사장은 "현재의 내수 경기침체는 가처분 소득 감소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소비심리 위축이 더 큰 영향으로 작용했다"며 "정부는 안정적인경제 정책을 추진해 소비심리를 살리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 사장은 "환율 하락에 따른 물가 하락, 가계 부채 감소 등이 시장에 반영되는내년 하반기에나 경기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백화점협회장인 하원만(河元萬) 현대백화점 사장은 "위축된 소비심리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각 경제 주체들이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윤정기자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