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곳곳에 아미쉬(Amish)마을이 있다. 종교개혁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18세기 미국으로 건너와 집단으로 신앙생활을 하며 지낸다. 이들은 자동차 대신 마차를 이용하고 자동차 전화 등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면서 전통생활방식을 고집한다. 온갖 재미를 제공해 주는 TV는 아예 생각지도 않는다. TV에 정신이 팔려 있을 시간에 아미쉬 사람들은 책을 읽고 가족끼리 오순도순 모여 앉아 정담을 나눈다. TV없이 사는 세상이 오히려 편하다고 자랑스러워한다. 아미쉬 사람들은 신앙상의 이유로 TV를 멀리 하고 있지만,어쨌든 미국에서는 TV시청에 대한 폐해가 종종 거론되면서 관심을 모으곤 한다. 단체 중에서는 미국소아과학회(AAP)가 대표적인데,어린이는 하루 2시간 이상 TV를 보면 안되고 2세 이하의 젖먹이는 TV근처에도 얼씬거려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어릴적 TV를 많이 보게 되면 집중력과 사고력이 떨어져 산만해지고 창의성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또 TV시청을 하면서는 소파에 앉아 끊임없이 스낵 등을 먹는 탓에 비만의 주범으로 지탄하기도 하다. 미국에서 전개되는 'TV시청 대신 운동하기'캠페인 역시 'TV로부터의 해방'을 주창하는 사회운동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술 담배처럼 TV시청도 중독성으로 치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EBS가 연말특집으로 실험한 'TV와의 이별'이 화제다. 20일간 1백31가구가 참여한 이 실험에서 TV끄기에 성공한 가정들이 의외의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다름아닌 가족들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사실 이같은 실험은 1994년 미국에서 설립된 'TV끄기 네트워크'가 매년 5월 전 세계적으로 전개하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TV시청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잘만 활용하면 교육적인 효과를 올릴 수 있고 오락을 즐길 수 있다. 문제는 TV시청시간이 과도하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 청소년들의 경우는 하루 4시간 이상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TV를 보고 있다고 하니 'TV와의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