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에 제작된 국내 최고(最古) 총통(銃筒)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청동 총통이 서울중앙지검 증거물과에 7년 이상 보관돼온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총통이 서슬퍼런 검찰청 창고에 장기간 보관돼 온 경위에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법원 및 사건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서울 인사동에서 골동품가게를 하던 김모씨가 96년 호남지역 어딘가에서 서울로 올라온 총통을 150만원에구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구입 과정을 지켜봤다는 한 관계자는 "총통은 호남지역 농촌 마을의 고물상을 전전하다 김씨의 손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회상했다. 총통을 싼 값에 구입한 김씨는 아무래도 총통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던지 98년3월 고미술품에 학식이 있는 친구 임모씨에게 "이 총통이 고려시대 것인지 모르겠다"며 감정을 의뢰했다. 그런데 어떤 연유에선지 임씨가 골동품 수집가인 정모씨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도자기 6점 등과 함께 총통을 2천만원을 받고 팔아 넘겼다는 것. 임씨는 당시 정씨에게 "총통이 고려시대의 것인지 모른다"는 다소 애매한 말을남겼지만 다른 곳에서 총통의 진품 여부를 확인한 정씨는 "총통은 고려시대 것이 아니라 중국산"이라며 임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기에 이른다. 결국 임씨는 그해 5월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총통도 이때 범죄 증거물로 검찰에 압수됐다. 임씨의 사기 혐의는 1심, 2심 재판까지 유죄로 인정됐고 작년 3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러나 대법원은 "총통이 고려시대 것이 아니라는 확증이 없고 임씨가 정씨에게총통이 고려시대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한 사실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 취지로파기환송했고 작년 6월 확정됐다. 지금까지 재판 결과로는 이 총통이 국보급 가치를 지닌 고려시대 총통일 가능성이 크다기보다는 "총통이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판단만이 내려진 상태. 과연 이 총통이 고려시대에 제작된 국보급 총통인지, 단순한 중국산 싸구려 총통인지는 보다 자세한 감정이 필요한 상태다. 그러나 이 총통이 세상에 나가 전문가들의 본격적인 감정을 받기 위해서는 아직법적인 절차가 남아 있다. 총통의 원주인 김씨가 지난 8월 임씨로부터 총통을 구입한 정씨를 상대로 물품인도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기 때문. 총통에 대한 소유권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총통은 한동안은 더 검찰청 증거물과 창고 안에서 주인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