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노대통령, 언론관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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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전략이 부족했다. 도와주십시오." "마음을 모아주십시오." "힘 한번 모아 주십시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5일 영주에서 열린 경북북부 시·군 단체장 등과의 오찬간담회 자리에서 이같이 '도와달라'는 말을 여러차례 했다.
또 "대통령이 지지를 받고 정책이 신뢰받을 때 그 정책이 되는 것"이라고 말해 여론과 지지도를 다분히 의식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노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대통령 지지가 낮으면 국민지지가 무너진다"라고도 말했다.
이를 두고 올 하반기 바닥권을 맴돌았던 국정수행 지지도와 최근의 경제난을 중심으로 형성된 여론을 인식한 말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노 대통령은 단기적인 지지도를 별로 의식하지 않는 편이었다.
하루 앞서 14일 밤 기독교방송(CBS) 창립 50주년 행사에서는 상당히 부드러운 언론관을 드러냈다.
"언론은 정의의 사도가 돼야 한다"는 전제는 달았지만 "비판할 수 없는 언론이 무슨 언론이냐,짜지 않은 소금이 무슨 소금이냐"라고 했으며 "내 전략 몰라주고 속단을 해도 기꺼이 수용하겠다"는 말도 했다.
"권력은 항상 바를 수 없고,정치는 경우에 따라 술수도 용납되는 영역"이라면서 한 언급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언론의 기능과 목표 등에 대해 한참동안 설파했는데 전체적으로 언론의 본래 기능을 이해한다는 취지로 들리기에 충분했다.
취임 이후 일부 신문과 팽팽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던 노 대통령이기에 여느 때보다 부드럽고 유화적인 연설이 주목을 끌었다.
언론-여론-지지도,이는 뗄 수 없는 고리다.
노 대통령은 이를 전제로 '국민 지지 없이는 정책이 성공 못한다'는 당연한 명제를 새롭게 던진 셈이다.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을 그런 사례로 적시했다.
이것만 보고 대통령의 '여론관''언론관'이 바뀌었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노 대통령 스스로 밝힌 "정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둘러가기도,넘어가기도 하는 곡절 있다"는 말에 꿰맞춰 폄하하는 시각까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중요한 것은 노 대통령이 여론과 언론을 존중하고 앞으로는 그에 맞춰 전향적으로 정책을 펴겠다고 한 점이다.
허원순 정치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