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료원 노사관계는 전국 지방공기업 중 대표적 모범 사례로 꼽힌다.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는 다른 지방공기업과는 달리 99년부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면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구의료원도 한때 매년 7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는 문제 기업이었다. 지난 95년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공기업의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는 분위기에서 병원을 살리고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모색한다는 명분아래 근로자들이 노조를 결성,노사갈등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지난 98년 공개모집으로 선임된 이동구 원장이 만성 적자의 대구의료원에 개혁의 칼날을 대면서 경영사정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우선 직원 봉급의 절반을 회사경영 개선에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직원들에게 제안했다. 직원들은 처음엔 강한 거부감을 보였으나 결국엔 병원이 살아나기 위해선 뼈를 깎는 고통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받아들였다. 고통의 결과는 곧바로 효과를 냈다. 의료원은 다음해부터 바로 흑자로 전환된 것.그 후 6년째 흑자경영이 이어지고 있고 9년째 무분규를 이어오고 있다. 대구의료원 경영진은 모든 경영정보를 공개하면서 노사간에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는 등 신뢰 구축에 나섰다. 모든 개혁은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이뤄졌다. 대구의료원은 노사화합을 바탕으로 지난 99년부터 4년연속 전국 최우수 의료기관으로 선정됐다. 노사는 수년간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2003년 항구적 노사평화선언을 채택했으며 2년째 임단협을 사용자 측에 위임했다. 권용운 위원장은 "노사평화선언에 대해 아직도 곱지 않은 시선이 있지만 의료원 발전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동구 원장은 노사 화합을 이뤄낸 배경에 대해 "경영진과 의료진,일반 직원들의 희생정신과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 병원은 민간 병원과 달리 저소득층과 소외·장애인 계층을 중점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으로 특화해나가고 있다. 중풍과 치매,장애인,알코올중독자 치료를 위한 6백병상 규모의 특수질환자전용진료센터도 2006년 말 완공 예정이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