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지역 고교생의 집단성폭력 사건을 수사중인 울산남부경찰서가 수사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비판을 받고있는 것은 성폭력 사건수사에 있어 가장 염두에 둬야할 피해자 보호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13일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성폭력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성폭력 사건의 신고 접수에서 부터 수사과정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지켜야할 사항들이 크게강화됐으나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법적으로 명시되거나 내부적으로 마련된 지침을 어떻게 지키지 않았는지 따져본다. ▲ 여경조사(입회) 신청 묵살 = 성폭력특별법에는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끼지 않으면서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조사받을 수 있도록 여경조사를 신청할 수 있게돼 있다. 피해자가 여경으로부터 직접 조사받거나 여경 입회하에 조사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신청하는 것인데 문제는 일반인들이 이를 모르기 때문에 경찰이 사전에 제도를 설명하고 신청여부를 물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13세 미만의 어린이에게는 여경 조사가 필수이며 의무다. 그러나 울산남부서는 이같은 고지를 하지 않은채 수사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 여경조사제도 적극 활용안해 = 피해자의 신청이 없더라도 성폭력사건의 경우경찰은 직권으로 여경을 조사에 참여시키는 등 여경조사 제도를 적극 활용하도록 경찰청 지침에 돼있다. 남부서는 형사과에 여경이 없기 때문에 조사계나 여성청소년계에 협조를 구해피해자 조사시 참여시켜야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다른 경찰서에는 여경조사에 대비해 참여할 여경들의 순번까지 정해놓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 진술녹화도 안해 = 피해자가 13세 미만 청소년일 경우 진술녹화를 의무적으로 해야한다. 13세 이상이라도 경찰이 자체 판단해 진술녹화를 할 수 있다. 진술녹화는 원칙적으로 피해자들이 법정에 가서 또다시 수치심을 느끼며 같은진술을 반복하지 않아도 되도록 증거 확보차원에서 하는 것인데 이를 무시한 것으로알려졌다. ▲ 가해자-피해자 대면금지 위배 = 성폭행사건 수사에 있어 피해자를 가해자들과 대면시키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다른 경찰서의 경우 범인식별실이 설치돼 있어 조사받는 가해자들을 피해자가유리벽으로 차단된 옆방에서 보고 범인임을 지적하도록 돼있지만 남부서에는 식별실이 아예 없었다. 이런 점때문에 남부서는 다른 성폭력 사건 수사시 다른 경찰서의 식별실을 이용해 왔는데 이번 사건 수사때는 가해자 10여명을 줄세운 뒤 피해학생들이 가해자를가려내도록 하는 원시적인 수사기법을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또다시 위협을 느껴야 했음은 물론이고 피해자가 가해자 가족들과 마주쳐 "신고하고 잘사나 보자"는 등의 협박까지 받아야했다. ▲ 수사교육 소홀 = 평소 성폭력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형사과 직원과 여성청소년계, 조사과 여경 등에게 철저히 교육하고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갖춰야 하는데도불구하고 이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처럼 형사과에서 직접 수사를 담당할 경우에 대비해 피해자 인권보호등을 위한 교육에 철저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여성청소년계와 형사과가 소속이 분리돼 유기적인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구조적 문제도 노출됐다. 결국 피해자 보호를 우선시해야할 성폭력사건을 형사과에서 가해자 검거와 수사에 중점을 두면서 마치 폭력배사건 다루듯 하다보니 피해자 인권을 도외시하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정갑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이날 "여경 조사관 추가배치와 진술녹화실 활용 등피해자 보호를 위한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대책을 뒤늦게 내놨다. (울산=연합뉴스) 서진발 기자 sj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