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일자) 기업없는 기업도시 안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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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시개발특별법의 국회 통과로 내년부터는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도시 건설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토지수용권,출자총액 제한,교육 및 의료시설,개발이익 환수 등의 핵심 조건에 대한 재계 요구는 아예 외면한 채 입법이 강행됨으로써 그 실효성이 극히 의문이고 보면, 이대로 가다가는 자칫 '기업없는 기업도시'나 만들어 내지 않을까 걱정부터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개발 주체가 돼야할 기업들이 적극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도시의 목적이 투자활성화를 통한 고용창출과 지역균형개발 촉진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좋은 기업이 들어와 장기적으로 생산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다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산업 뿐 아니라 교육,의료,문화,레저 등의 시설들이 복합적이고 자족형으로 건설되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기업도시법 내용은 투자유인책으로는 미흡하기 짝이 없고,기업현실마저 지나치게 도외시하고 있다.
기업이 토지의 50% 이상을 협의매수해야 토지수용권을 주기로 했지만,이미 매수과정에서 땅값이 크게 올라 사업추진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크다.
결정적으로 기업도시 건설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적용은 더 큰 문제다.
엄청난 재원이 투입돼야 하고 십수년이 걸릴 수도 있는 기업도시 건설은 개별 기업차원에서 여유자금으로 쉽게 추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를 무시한 채 출자규제로 사실상 계열사를 통한 자금조달의 길마저 가로 막는 것은 기업도시 투자를 아예 하지 말라는 얘기와 다름없다.
현실적인 문제인 학교와 병원도 마찬가지다.
양질의 인력이 기업도시로 몰려들게 하려면 최상의 교육,의료환경이 제공되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교육평준화를 내세워 초·중등 외국학교 설립을 금지하고,의료시설은 비영리법인으로 한정했다.
이런 식으로는 교육과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어렵고 그 실효성에도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제대로 된 기업도시를 만들려면 앞으로 시행령·시행규칙제정 과정에서라도 투자주체인 민간 기업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보다 철저한 보완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기업을 외면한 기업도시가 성공할 수 없음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 투자를 제약할 소지가 큰 토지매입과 출자규제 등의 예외적용 범위를 확대해서라도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