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긴급 면담,국회의 예산안 처리 지연에 따른 대책과 종합투자계획 등 경기활성화 조치,1가구3주택 중과세 연기 등 최근 혼선을 빚었던 현안들에 대해 보고하고 대책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총리는 이날 김병일 기획예산처 장관과 함께 청와대를 방문,지난 9일 유럽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노 대통령에게 경기현황과 경제정책 현안에 대해 보고했다. 이날 보고는 두 시간여에 걸쳐 비공식 일정으로 진행됐고 보고 내용도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이 부총리는 경기 상황에 대해 주로 설명했고,김 장관은 예산안 국회심의 상황과 국회처리 지연에 따른 재정 조기집행 문제점 등에 대해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노 대통령에게 "국회에서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더라도 내년 1월부터 사업성 예산 등의 조기 집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예산안 통과를 전제로 재정집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고시간이 두 시간을 넘길 정도로 길었다는 점에서 이 부총리가 최근 정부와 청와대 참모진간 시각차를 보였던 주요 경제현안들에 대해 보고하고 대통령의 결심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이와 관련,정부 관계자는 "예산대책 외에도 3주택자 중과세 시행시기나 방카슈랑스(은행의 보험판매) 2단계 시행 여부,내년 하반기 종합투자계획,기업들의 과거 분식에 대한 집단소송제 배제방안 등 정부가 서둘러 결론을 내야 할 사안들에 대해 최종적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재가를 얻는 자리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안 처리와 관련,"3주택자 중과세를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시행할지 여부는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부동산 보유세 강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과 연계해 검토하고 내년 4월로 예정된 2단계 방카슈랑스는 자동차보험 등 일부 상품을 빼고 시행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보고엔 청와대 측에서 김병준 정책실장,조윤제 경제보좌관,김영주 정책기획수석 등이 배석했다. 한편 이 부총리가 청와대 보고를 위해 이날 오전 중 잡혀있던 당정협의와 경제장관간담회,정례기자브리핑과 기자 오찬간담회 등 모든 일정을 취소했으나 재경부에서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 '이 부총리가 사퇴의사 표명을 위해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주식시장 등에 급속히 퍼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비공개 보고는 이 부총리의 거취 문제와는 전혀 무관했다"고 해명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