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발전과 진화는 프로젝트로 이뤄진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세계 시장을 제패할 수 있다.


기업의 생명력이 그만큼 커진다.


물론 실패하면 설땅을 잃게 되고 기업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싸움에 내몰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핵심 프로젝트는 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주요 기업들이 회사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프로젝트에 인력과 자본을 과감하게 투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기업이 의욕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핵심 역량을 강화해 미래 수익 능력을 창출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확고한 세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선행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개발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다.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게 기업 경영의 최우선 과제다.


삼성 계열사들이 신수종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같은 취지다.


신기술 개발 프로젝트는 산업의 역사를 바꾸기도 한다.


포스코가 최근 개발한 파이넥스가 그런 사례다.


이 공법은 지난 5백년간 세계 철강업을 지배하던 용광로 공법을 대체할 새로운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의 용광로 공법과 달리 가루형태인 철광석과 일반탄을 화로에 넣어 쇳물을 뽑아내는 기술이다.


포스코가 파이넥스 기술을 개발하고 실용화하는 데 걸린 기간만 12년이다.


현대중공업은 배는 도크에서만 만든다는 고정 관념을 깬 '육상 총조립 공법'을 도입함으로써 건조능력을 획기적으로 확충하기도 했다.


이 공법은 땅위에서 선박을 조립,특수 장비(스키드)에 실어 항구까지 옮긴 뒤 바지선을 이용해 바다에 띄우는 것이다.


회사측은 1천2백여척의 선박을 건조하며 쌓아 올린 기술력을 활용해 신공법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LG전자가 4년 연속 세계 에어컨 판매 1위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지난 1989년부터 '공조기 부문 장기 발전' 프로젝트를 끈기 있게 추진한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회사측은 10년간 공을 들여 고효율 저소음 터보팬을 개발한 데 이어 초절전 에어컨을 선보여 '에어컨 최강자'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똑똑한 프로젝트 하나는 정체된 사업에 활력을 주기도 한다.


LG전선은 세계 정보기술(IT) 퇴조로 광케이블 시장이 침체되자 광가입자망 사업(FTTH) 프로젝트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 프로젝트는 최고경영자인 구자열 부회장이 직접 챙기면서 짧은 시간 내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자동차 메이커는 '옥동자'를 낳기 위해 신차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인다.


현대자동차가 4년에 가까운 연구개발을 통해 출시한 신형 쏘나타는 극심한 자동차 내수 불황기에도 한 달 평균 7천∼8천대가량 팔리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도요타 캠리,혼다 어코드 등 세계적인 베스트 셀링카와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디자인과 성능을 갖춤으로써 현대차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밑거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8월 미국 자동차 빅3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에 대단위 모듈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어 부품 수출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벤처기업은 창업 자체가 하나의 프로젝트다.


'아이리버 신화'를 창출한 레인콤은 지난 99년 임직원 7명,자본금 3억원으로 출발했다.


삼성전자 수출 담당 이사직을 버리고 창업한 양덕준 사장은 독자 브랜드 사업 추진이란 프로젝트를 통해 꿈을 이룬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양 사장은 독자 브랜드로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김영세 이노디자인 사장을 설득,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선보여 일약 벤처 스타로 부상했다.


그러나 프로젝트는 욕심만 앞선다고 성공하는 건 아니다.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대박을 터트릴 욕심으로 신기술 개발에 나섰다가 회사가 도산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


기획이 잘못된 프로젝트는 자칫 시간과 자금을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때문에 각 회사가 보유한 역량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미래 시장 상황에 맞는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특히 장기적인 안목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최고 경영자들은 한번 세운 프로젝트를 소신껏 추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