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연립·다세대·다가구주택 담보대출을 매우 엄격하게 운용하고 있어 이들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은 시세의 20%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서민들은 집을 갖고 있어도 다세대·다가구·연립주택이면 비싼 이자를 물고 신용대출을 받아야 하는 형편인 것이다. ◆대출한도 계산 사례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있는 28평형 다세대주택(방 3개짜리)의 경우 시세가 1억4천만원가량 된다. 그러나 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은 2천만원도 안된다. A은행 휘경동 지점에 문의한 결과 대출가능한 금액은 1천8백만원에 불과했다. 은행측은 이 주택의 시가를 1억2천만원으로 낮춰 인정한다. 여기에 담보인정비율(LTV·시세 대비 대출가능 금액) 55%를 적용하면 대출가능금액은 6천6백만원으로 산정된다. 여기서 방 1개당 소액임차보증금 1천6백만원씩,총 4천8백만원을 또 공제한다. 그 결과가 1천8백만원이다.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방 3개짜리 연립주택도 시가가 1억2천만∼1억4천만원이지만 B은행은 매매하한가인 1억2천만원만 인정하고 LTV 45%를 적용한 뒤 (방수×1천6백만원×3분의2)를 공제해 대출금액을 2천2백만원으로 산정했다. ◆강화된 대출기준 연립·다세대·다가구주택의 담보대출 여력이 이처럼 떨어진 것은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운용기준을 크게 강화한 반면 이들 주택의 가격은 별 변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은행들의 담보인정비율은 아파트 80%,연립·다세대·다가구주택 70% 수준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투기억제정책과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 강화방안 등에 따라 지난해부터 담보인정비율이 아파트 40∼60%,연립·다세대·다가구 45∼50%로 하향조정됐다. 아파트는 시세가 많이 올라 이같은 담보인정비율을 적용해도 웬만한 금액까지는 빌릴 수 있지만 가격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떨어지기만 한 연립주택 등은 대출가용 금액이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은행들은 또 소액임차보증금 공제에서도 아파트는 방수의 절반만 공제하는 반면 연립주택 등은 방수의 66∼1백%를 적용하고 있어 대출가능금액을 의도적으로 줄이고 있다. 다세대주택 등에 대해서만 차별적으로 LTV를 낮추는 은행들도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연립·다세대·다가구주택의 LTV를 종전 55%에서 50%로 낮췄고 외환은행은 이달부터 50%에서 45%로 인하했다. ◆대출한도 왜 줄이나 은행들이 연립주택 등에 대한 대출을 꺼리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대출금 연체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 중 상당수가 연립·다세대·다가구주택 담보대출이라는 사실이 통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법원 경매장에는 연립·다세대·다가구주택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 게다가 경락률은 50%에도 못미치고 있어 경매절차를 통해서도 대출금 회수가 쉽지 않다고 은행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