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내년 3월 말까지 마련될 시행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시행령이 국무회의 의결로 결정되는 만큼 재계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여지는 많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경제단체 관계자들은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의 절충에 실패한 뒤 본회의를 소집해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려다 의결 정족수미달로 법안처리가 지연된 상황이어서 법안 내용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때문에 시행령에서라도 재계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주요 사안을 쟁점화하고 여론조성에 힘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재계는 우선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경우 현행 틀이 유지되는 대신 4가지 졸업기준이 새로 마련되는 점에 초점을 맞춰 출총제 졸업기준 현실화를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졸업기준은 △집중투표.서면투표제 도입 및 내부거래위원회 전원 사외이사 구성 △지주회사 및 지주회사 소속 자회사.손자회사 △3단계이상 출자(순환출자)를 않고 계열사 수가 5개 이하인 기업집단 △소유-지배 괴리도(의결지분율에서 소유지분율을 뺀 값) 25%p, 의결권 승수(의결지분율을 소유지분율로 나눈 값)3.0 이하 기업집단 등으로 돼있다. 재계는 공정위의 졸업기준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이를 통해 출총제에서 벗어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고있다. 계열사 수의 경우 평균 17개에 달하고 있으며 공기업을 제외할 때 평균 30-40개에 달해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기준이라는 것이다. 또 의결권 승수도 삼성의 경우 6-7에 달하는 등 공정위의 졸업기준을 맞추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계는 이에따라 시행령상의 졸업기준을 현실화하는 쪽에 총력을 기울여 나갈계획이다. 졸업기준에서 계열사 수를 늘리고, 소유-지배 괴리도 및 의결권 승수 계산방식을 개선해 총수일가의 직접소유 지분 뿐만아니라 계열사를 통한 간접소유 지분까지도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또 의결권 승수 기준도 기업들이 노력해서 달성할 수 있는 범위내로 완화해야한다는 주장도 펼 계획이다. 이와함께 내년 3월말로 시행 2년만에 폐지되는 '부채비율 100%' 졸업기준도 최소한 3-5년간 더 시행한 뒤 폐지여부를 결정할 것을 요구키로 했다. 재계는 또 외국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대해서는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을 폐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을 2006년부터 3년간 매년 5% 포인트씩 낮추도록 규정된 만큼 별도의 적대적 인수합병(M&A)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논의 중인 '5%룰 공시제도' 강화 방안은 정부와 정치권도 어느정도 공감하고 있는 만큼 실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현행 5%룰은 특정 주식을 5% 이상 매수할 경우 5일이내에 공시하도록 규정한 것으로 이를 매수 다음날까지 공시하도록 요건을 강화해 해당기업에 대응할 수 있는시간을 늘려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밖에 적대적 M&A 시도시 50%까지 낮은 가격에 유상증자를 해 전체 주식 수를늘림으로써 경영권 위협을 무력화하는 '독약처방'(poison pill) 제도도 실효성있는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차등의결권 제도의 경우 도입이 된다해도 정관변경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미 외국인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인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자체에 재계 의견을 반영시키는 것이 최선의방안이나 현재로선 그럴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면서 "시행령상에서라도, 그리고별도의 법안을 통해서라도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기자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