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운 도로에서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 차량과 충돌한 사고는 의도적인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중앙선 침범으로 처벌할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 서부지법 형사1부(조수현 부장판사)는 5일 검찰이 영하의 날씨에 습기가있는 도로에서 주행하다 중앙선을 넘어 차량 충돌사고를 낸 조모(41)씨를 상대로 제기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항소심에서 `이유가 없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고 당시 도로상황, 중앙선 침범 경위 등을 보면 피고인은 차선을 지켜 운행하려 했으나, 예기치 못한 노면의 결빙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부득이 중앙선을 넘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가시거리가 짧고 당시 기온 등에 비춰 피고인이 결빙 가능성을 예견해 규정 속도(60㎞)의 1/2 이하로 감속했어야 한다는 검찰 주장은 당시 도로상황이 그 같이 감속해야 하는 상태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지난 2월초 오전 5시40분 서울 한남동 타워호텔 밑 편도 2차로에서 한남대교 방면으로 시속 약 50㎞로 주행하다 왼쪽 커브길인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브레이크를 밟았다가 차량이 미끄러져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량과 충돌했다. 검찰은 조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9월 "조씨는 자신이 지배할 수 없는 외부적 여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중앙선을 넘었다"며 공소기각했고, 검찰은 "법원이 중앙선 침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불복, 항소했다. 재판부는 "의도적으로 중앙선을 넘은 경우 침범이라고 보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입장"이라며 "과실이 없다는 게 아니라 미끄러져서 중앙선을 넘은 객관적 사실이 침범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제한적인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