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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자선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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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를 마감하는 세모의 거리는 항상 쓸쓸함을 더해 준다. 더욱이 요즘처럼 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겨우살이를 걱정하는 서민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면 거리의 모습은 더욱 스산해지게 마련이다. 12월의 이런 차가운 풍경을 그나마도 따뜻하게 데워주는 것은 구세군의 자선냄비 종소리와 크리스마스 캐럴이 아닌가 싶다. 올해도 자선냄비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오늘부터 24일까지 전국 76개 지역에서 정복을 차려 입은 구세군들이 메가폰을 들고 종을 울린다. 특히 금년에는 모금함의 모양이 직사각형에서 사다리꼴로 바뀌었고 실제 냄비에 가깝게 철제로 매끔하게 제작됐다. 양철로 만들어진 기존의 자선냄비가 40년만에 교체된 것이다. 우리나라에 자선냄비가 처음 선보인 것은 1928년 12월15일이었다. 당시 한국 구세군 사령관이었던 박준섭 사관이 나무막대 지지대에 가마솥을 매다는 형태로 서울 도심에 자선냄비를 설치했다. 종교인이 앞장 선 이웃사랑 실천의 효시인 셈이다. 구세군 자선냄비의 유래는 이보다 훨씬 거슬러 올라간다. 1891년 성탄이 가까워 오던 어느 날,미국 샌프란시스코항에는 난파선의 승객과 선원들이 구세군 회관을 찾아 도움을 청했다. 달리 방법이 없어 고민하던 한 여사관이 기지를 발휘했다. 큰 냄비를 걸어놓고 "조난당한 사람들을 위해 이 냄비를 끓게 해주십시오"라고 호소한 것이다. 의외의 호응에 힘입어 이 행사는 이웃돕기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고,지금은 세계 1백여개국에서 자선냄비에 온정이 베풀어지고 있다. 사실 이러한 방법은 영국 오클랜드 지방에서 누군가가 가난한 이웃을 돕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이었는데 원래는 주방에서 사용하는 솥이었다고 한다. 성탄절의 대표적인 자선행사로 자리잡은 자선냄비에 올해도 펄펄 끓는 온정이 넘쳐날 것으로 기대된다. 구세군들이 힘껏 흔들어대는 종소리는 또한 희망의 메시지가 되어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메아리칠 것이다. 모든 이들의 정성이 한데 모아져, 그래도 정겨운 마음들이 통하고 있다는 많은 미담들이 오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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