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약세 지속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미 국채의매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데 반해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국채에 대한 인기가 상대적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월가에서는 달러가치 하락을 조지 부시 미 행정부가 사실상 방치하는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유로권과 일본의 중앙은행들이 연대해서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파이낸셜 타임스와 다우존스는 10년만기 미 국채와 독일 국채의 수익률 차이가29일(이하 현지시각) 약 0.51%포인트나 벌어져 지난 2000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을기록했다면서 이는 채권 투자자들이 미국에서 독일로 이동하는 속도가 그만큼 빨라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우존스는 바클레이 캐피털과 JP 모건 체이스를 비롯한 최소한 7개 투자은행이유로와 엔에 대한 달러가치 하락이 앞서 예상보다 더 가파라질 것으로 수정 전망했다면서 이것도 미 국채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런던 소재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의 수석통화전략가 애드리언 슈미트는 다우존스에 "이제 택시기사까지 달러 약세를 우려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는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질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도록 하는 변수라고 말했다. 미 국채에 대한 독일 국채의 상대적인 인기 상승은 채권시장에서 영향력이 큰핌코의 빌 그로스가 분석한 내용에서도 기인한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분석했다. 그로스는 12월분 투자권고 보고서에서 "달러 약세로 인한 인플레 부담이 미 국채의 매력을 떨어뜨리는데 반해 유로가치 상승이 갖는 디스인플레 요소는 독일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변수"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런던 소재 베이 스턴스의 채권전략가 데이비드 브라운은 파이낸셜타임스에 "10년 만기 미국과 독일 국채의 수익률 차이가 0.75%포인트까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2년 만기물의 경우 향후 6개월 안에 1.5%포인트까지 차이가 날것"이라고 내다봤다. 갈수록 미 국채의 매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런던 소재 메릴 린치의 G-10 권역 수석통화전략가 알렉스 파텔리스는 다우존스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연대해 환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한 달러의 대유로 환율이유로당 1.35-1.40달러까지, 엔화의 경우 달러당 90-95엔까지 달러 가치가 더 폭락할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달러는 29일 오후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당 1.3272달러에 거래됐으며 엔의 대달러 환율은 102.84엔을 기록했다. 영국 가디언 신문은 29일자에서 '약한 달러가 중앙은행들의 결속을 유도할 수있을 것'이란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이 달러 폭락을더 이상 방치하기 힘든 상황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달러약세 지속으로 특히 독일과 프랑스 기업들이 대미 수출 경쟁력에서큰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은 물론이며 달러에 위안(元) 환율이 고정돼있는 중국과 경쟁하는 아시아 다른 나라의 기업들도 힘겹다면서 이 때문에 ECB와 일본은행이 연대해 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일본의 경우 사실상 `제로금리'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환시장에 개입해 엔가치를 유지하는 외에 달리 도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유로 가치가 더 이상뛰지 않도록 ECB가 시장에 개입하더라도 단기 효과에 그칠 수 밖에 없는 처지라면서따라서 두 은행이 공조하면서 거시경제 측면에서 지출을 늘리는 식으로 뒷받침해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