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원내전략 기조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민생 관련 입법은 새해 예산안과 묶어 신속히 처리하되, 국보법 폐지 등 개혁관련 입법은 처리 시기를 정기국회 이후로 늦추거나 대화와 타협 가능성을 적극 열어두는 쪽으로 추진 방향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이종걸(李鍾杰) 원내수석부대표는 28일 4대 입법 문제와 관련, "(야당 주장 중)일부 받아줄 수 있는 것은 받아줄 것"이라며 "절충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내 처리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기존의 입장에 비해 매우 유연해진 자세다. 물론 4대 입법의 기본 틀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국보법 등 핵심쟁점에 대한 타협의 폭이 의외로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종걸 수석부대표가 지난 25일 서울법대 출신 의원모임에서 한나라당 박세일(朴世逸), 원희룡(元喜龍) 의원 등과 만나 국보법 개.폐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도 이같은 물밑 타협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반면 민생 법안 처리와 관련해선 목소리가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국회 예결위원장인 정세균(丁世均) 의원은 "정기국회 종료일인 12월9일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예산안 처리를 끝내야 한다"며 29일부터 한나라당이 참여하지 않아도 예결위를 가동할 뜻임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여야가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해 합의한 원탁회의도 겉돌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지난 26일 이후 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원탁회의를 국회 지연전술에 이용하고 있다"며 강공으로 선회한 상태다. 이같은 변화 기류는 국민 여론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민생 법안은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게 지배적 여론이지만, 여당 단독의 국보법 폐지 시도는 국민 정서상 무리라는게 당내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와 관련, 지난 9월 "국보법은 칼집에 넣어 박물관에 보내야 한다"고 했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야대표회동에서 "4대 법안은 국회에서 정당간협의를 해서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언급한 것을 국보법 개.폐 문제를 당지도부에 확실히 위임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