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일부 과학자들이 행한 과거 핵물질 실험으로 국내외가 발칵 뒤집힌 것은 지난 9월 2일 정부가 그 사실을 전격 공개하면서부터다. 우리 정부가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일부 과학자들의 핵물질 실험들을 지난 2월비준한 추가의정서에 따라 지난 8월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무국에 제출한 보고서에 기록한 것을 계기로 해서 문제가 불거지게 된 것이다. 발표 당시 정부는 1982년 우라늄 소량을 분리했다고 밝혔지만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플루토늄 추출실험을 IAEA에 신고하지 않은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특히국제사회의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져 갔다. 모두 3차례에 걸친 IAEA 사찰단의 강도높은 방한 조사와 모하메드 엘바라데이사무총장의 `심각한 우려'(serious concern) 표명으로 거의 막판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결국 한반도 비핵화 등 `핵의 평화적 이용 4원칙' 천명 등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해명이 마침내 IAEA 이사국들을 설득시킴으로써 26일 IAEA 이사회에서 사실상 `종결'이라는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 한국 핵물질 실험의 4가지 `의혹' = 국제적인 의혹을 받은 핵물질 실험은 플루토늄 분리와 우라늄 농축 등 크게 2가지다. 그러나 일련의 실험과정에서 제기된의혹과 우리 정부와 IAEA의 이견이 포함된 사항까지 합하면 모두 4가지다. 1982년 4∼5월 서울 노원구 공릉동 소재 한국원자력연구소의 연구용 원자로인 `트리가 마크Ⅲ'에서 화학적 특성 분석을 위한 실험과정에서 분리한 플루토늄 0.7g이 첫번째 의혹이었다. 역시 같은 해에 900㎏의 천연우라늄에서 150㎏을 금속형태로 정련해 이 중 3.5㎏을 이용해 2000년 1∼2월 저농축 우라늄 0.2g을 생산한 것도 의혹의 대상이었다. 또 1982년 정련한 금속우라늄 150㎏ 중 현재 보관 중인 134㎏을 제외하고서도 12.5㎏이 비는 등 금속우라늄의 생산.저장.사용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도 IAEA로서는의혹을 품기에 충분했다. 이 밖에 1979∼1981년에 행한 화학농축실험 관련, 실험에 사용된 천연우라늄 등이 신고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의 대상이 됐다. ◇ `고강도 사찰' 통해 IAEA가 판단한 `진실' = IAEA 사무국은 지난 8월말부터모두 세 차례에 걸쳐 한국에 사찰단을 파견해 의혹이 제기된 4가지 사안에 대한 고강도 사찰을 실시한 뒤 지난 12일을 전후해 IAEA 이사국들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결론은 관련 핵물질의 양이 의미있는 분량은 아니지만 안전조치 협정상 의무에따른 `신고를 누락'(failed to report) 했다는 것. 보고서는 `순도 98%의 플루토늄 0.7g이 생성(produced)됐다', `0.2g의 농축 우라늄의 전체 평균 농도는 10.2%였으나 이 가운데 일부의 농도가 77%였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이는 의미있는 양도 아니며, 순도나 농도도 `무기급 핵물질'과는 거리가멀다는 게 우리 정부는 물론 대다수 이사국들의 판단이었다. 또 화학농축실험 역시 실험 직후 IAEA가 운영하는 인터넷 공동정보망인 `INIS'에 올려놓았기 때문에 이미 공개된 사항이라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 대해 IAEA는 그렇더라도 공식 신고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하는 선에서 더 나아가지 않았다. 보고서는 그러나 핵물질의 양이 의미있는 양은 아니지만 관련 실험 등을 신속하게 신고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우려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사소한 것이라도 `신고누락'이 있어서는 되지 않는데 한국이 그러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보고서는 사찰단의 조사과정에서 한국정부가 관련 재고변동보고서를제공해 시정조치를 취했고, 신속한 정보와 인원, 장소접근을 제공하는데 적극 협력했으며, 미신고된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는 점을 평가했다. 비록 미흡한 점은 있지만 이 같은 보고서 내용을 이사국들도 결국 받아들여 사무총장이 적절한 방식으로 추후 이사회에 보고할 것을 요청하는 선에서 한국의 핵물질 실험은 극적으로 사실상 종결될 수 있었다. ◇ 정부의 `순수실험' 해명 노력 =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실험들이 일부 소수 과학자들의 일회성일 뿐 아니라 실험실 차원에서 행한 순수한 연구활동이었다는 점을국제사회에 인식시키려 동분서주했다. 정부 차원의 핵개발 프로젝트가 없었음은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도여전히 유효하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의 `심각한 우려' 표명 등 국제사회의 끝없는 의혹 차단과 조기 해결을 위해 정부는 급기야 지난 9월 18일 `평화적 핵이용 4원칙'을 국내외에 천명하기에 이르렀다. 핵무기 개발.보유의사 없음, 핵투명성 원칙의 확고한 유지, 핵비확산에 관한 국제규범 준수, 국제신뢰를 바탕으로 평화적 핵이용의 확대가 바로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우리의 소규모의 순수한 실험이 이란과 북한의 `중대한' 핵문제와 겹치면서 일부 국가에서 정치적으로 이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돼 IAEA 이사국들을 상대로 한 일대일 설득에도 주력했다. 지난 달 오 명 과기부총리가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해 이해를 구하는가 하면 이달 초에는 이종석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이 급거 방미, 미국의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전 재외공관을 통한 전방위 설득 작업을 벌이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인 미 국무부의 존 볼튼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이"경미한 사안이라도 확실히 클리어하기 위해 안보리 보고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논리를 고집함에 따라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 정부 인사들의 애를 태우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