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내에서 암약하는 요르단 출신 무장세력 지도자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가 한동안 스위스 휴대폰 카드를 이용해 해외 세포조직원과 연락을 취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스위스 언론이 25일 보도했다. 제네바에서 발행되는 불어 일간지 '르 탕'에 따르면 스위스 연방경찰청은 자르카위가 익명으로 사용이 가능한 스위스의 선불식 SIM(가입자식별모듈) 카드를 구입해 홍콩과 칠레, 유럽 등지의 조직원과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 이 신문이 입수한 스위스 연방경찰청 기밀문서는 자르카위가 이라크 전쟁 개전직전 시리아에서 스위스의 SIM카드를 휴대폰에 장착해 해외로 통화한 사실이 포착됐으며 2003년 봄에 휴대폰 사용을 중단한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스위스 연방경찰청은 앞서 고위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자국의 SIM카드를 사용한 사례를 추적중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정부 당국은 악용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 지난 8월부터 카드 구입자에게 신원확인 절차를 의무화한 바 있다. 테러범들이 즐겨 사용한 스위스의 SIM카드는 손톱 크기보다 작으며 휴대폰 내부의 정해진 슬롯에 장착하면 자동적으로 식별번호를 부여받고 정해진 액수만큼 전세계 어느 곳으로든 통화가 가능해진다. 이 카드는 지금까지 주유소나 신문가판대에서 익명으로 구입할 수 있었으나 규제조치가 도입된 이후로는 주민등록증이나 여권을 제시토록 돼 있다. 지난 3월 뉴욕 타임스는 미국 정보기관이 중동 각국의 정보기관과 2년여에 걸친공조 수사를 통해 알 카에다 조직원들의 휴대폰 통화 내역을 조사, 이들 가운데 상당수를 검거하고 테러를 사전 차단하는 개가를 올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신문은 당시 암호명 `몽블랑'으로 불리는 이들의 공조수사가 테러범들이 즐겨사용하는 스위스의 SIM카드를 결정적인 단서로 삼았다고 전했었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