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5일 저녁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열리는 3부 요인 및 여야 4당대표 초청 만찬을 앞두고 회동준비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면서도, 미묘한 입장차이를 드러냈다. 열린우리당은 청와대 만찬을 계기로 대통령의 해외순방 성과를 초당적으로 뒷받침하는 환경이 조성되길 희망한 반면, 한나라당은 회담성과에 크게 기대하지는 않지만 정국현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다소 `냉소적' 입장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동당은 노 대통령이 자신들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만찬회동에 불참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 우리당 우리당은 청와대 회동을 통해 여야가 당리당략을 벗어나 북핵문제를 외교적.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는데 힘을 모으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부영(李富榮) 의장은 회동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 북핵문제해결 전망이 밝다"며 "북한도 이제는 적극적인 대화의 자세로 나와야 하며 여야도서로 협력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걸(李鍾杰) 원내 수석부대표는 "대통령의 외교성과가 성공적이었던 만큼 이를 공유하고 여야가 국정운영에 협조하는 다짐을 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당은 이날 오전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 주재로 비공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대통령 순방에 따른 후속대책을 당 차원에서 적극 뒷받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우리당은 또 이번 회동이 여야간 `대화와 타협' 분위기를 조성해 정기국회 이후계속돼 온 경색정국을 해소하는 전기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표시했다. 이에 따라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민생.경제 원탁회의의 분위기를 잘 살려내 여야가 국민들에게 좋은 선물을 안겨주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당은 노 대통령이 순방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경제회복과 정국안정을 위해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하면서 이른바 `4대 입법'과 `뉴딜적 종합투자계획' 및 연기금 투자확대, 신행정수도 건설 후속대책, 전국공무원노조 파업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개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 정책위 관계자는 "그동안 정국경색의 원인이 돼온 여러 현안들이 다양하게논의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결의 물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이번 청와대 만찬의 경우 `영수회담' 형식이 아니고 의제 역시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대통령의 해외순방 결과를 설명하는 데 국한될 것이라는 점에서 외견상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이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청와대는 오로지 한미정상회담 성과 등에 대한 귀국설명회일 뿐이라며 일체의 정치적 의제는 대화에 넣지 말자고 이야기한다"며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면 왜 여야 5당대표를 초청하고 `정치적 내용'인 한미정상회담을 굳이 설명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이어 "상생의 정치를 원한다면 상식의 정치를 해야 옳다"며 "정치든 경제든 모든 이야기를 툭 터놓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초청자로서의 도리"라며 우회적으로 청와대측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만찬이 `대치 정국'을 푸는데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는 별로 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노 대통령-박 대표' 별도 면담 관측에 대해서도 "정말 그럴 생각이 있었다면 초청 형식이 달라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오전 박근혜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운영위원회를 열고 청와대 회동에서 박 대표가 어떤 식으로라도 정국현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노 대통령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 민노당, 민주당, 자민련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청와대 회동에서 "임기 3년째를 맞게 되는 대통령이 정치의 중심에 서있지 말고 국민통합을 위한 큰 정치를 해달라는 말씀을 할 것"이라고 장전형(張全亨) 대변인이 전했다.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대표 역시 국정안정과 국민통합을 위해 대통령이 `큰 정치'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며 신행정수도 이전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점도 언급할 계획이다. 한편 민주노동당의 김혜경(金惠敬) 대표는 권영길(權永吉) 의원의 창원 사무실에서 기자회견 중이던 이병하 전국공무원노조 경남지역본부장을 경찰이 강제 연행한데 항의, 불참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