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급격히하락하고 있는데도 이를 방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미국 행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월 스트리트 저널이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저널은 23일자 사설을 통해 행정부와 중앙은행인 FRB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못하거나 잘못된 이론에 집착해 달러화의 약세에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방치된다면 미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설은 지난 19일 미국의 `쌍둥이 적자'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의 발언으로 달러화 가치와 주가가 급락했고 금은 1987년 이래 최고 수준으로가격이 치솟았다면서 "그 1987년은 바로 가장 최근의 달러위기가 일어났던 해이자주가가 급락했던 `블랙 먼데이'의 해"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투자자들은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나라에는 투자하지 않으며 특히나 정책을 결정하는 핵심 지도자들이 이 문제에 무신경한 나라에는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존 스노 재무장관은 입만 열면 `강한 달러' 정책을 들먹이지만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면서 "스노 장관이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시장에 의한 환율 결정'도 통화가 밀이나 구리와는 달리 중앙은행이 독점적으로 공급을결정하는 특수재화라는 점에서 보면 난센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더 큰 우려는 조지 부시 행정부의 재무부, 나아가 부시 대통령 자신이환율을 평가절하함으로써 국가번영을 이룰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는점"이라고 비판하고 "이는 제조업체들의 로비에 동원되는 논리에 불과하며 이런 정책을 편 많은 나라들이 실패를 경험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그린스펀 의장에 대해서도 "노회한 정치인인 그가 달러 약세에 관해 FRB에 쏠린 눈총을 분산시키기 위해 19일 `쌍둥이 적자'와 달러 약세 문제를 제기했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최근의 달러 약세는 FRB가 2년간 유지해온 저금리 정책에 상당부분 기인하고 있으며 외환시장의 상황은 FRB가 달러의 가치 보전이라는 기본 책무에 더욱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