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만큼 풍부한 지혜와 깊이 있는 인간 이해를 보여주는 소설은 흔치 않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책들은 '삼국지'가 갖고 있는 해석의 다양성을 봉쇄해 버린 것 같아요. 시대의 흐름에 맞는 제대로 된 '삼국지'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소설가 장정일씨가 집필을 위해 칩거 생활에 들어간 지 5년만에 완성한 '삼국지'(김영사·전10권)를 내놨다.


자료 준비에만 2년 반이 걸렸다는 '장정일 삼국지'는 원말(元末)ㆍ명초(明初)에 편찬된 '나관중본'이나 청대(淸代)에 나온 '모종강본' 등을 단순히 번역한 데서 벗어나 작가의 역사의식이 새롭게 첨가된 점이 특징이다.


"많은 사람들이 '삼국지'에 정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나관중본'이나 '모종강본'은 현재 중국에서 읽히고 있는 숱한 판본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단순 번역을 한 나관중·모종강본 '삼국지'에는 역사적 왜곡과 오늘날 설득력을 잃은 편향적인 해석이 적지 않습니다."


'장정일 삼국지'는 등장 인물을 선인과 악인으로 이분화하는 춘추필법과 '옹유반조(擁劉反曹-유비를 높이고 조조를 폄하하는 것)' 중심의 촉한정통론(蜀漢正統論)에서 탈피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모두 한족 중심의 화이론(華夷論)적 세계관의 반영이라는 것이다.


장씨는 또 한나라 멸망의 동기가 됐던 황건의 난을 황건농민군의 봉기로 해석한다.


"황건군을 황건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유교 이념이 득세했던 시절의 체제지배적 해석에 불과합니다.


오늘날 중국 정부가 황건난을 '황건기의(黃巾起義·의로운 봉기)'로 부르는 데서 알 수 있듯 현상과 본질을 가려 바른 이름을 붙여 주어야 합니다."


'장정일 삼국지'는 "∼사옵니다""하노라" 등과 같은 고어체 어미를 쓰지 않고 한글 세대의 감각에 맞게 간결한 어투를 사용했다.


또 모든 연도 앞에 서기를 표시했다.


책에는 김태권 화백이 주변 민족과 민초들의 생활사 및 복식사를 고증해 복원한 1백52장의 삽화가 실렸다.


영웅 중심의 인물 소개에서 벗어나 주요 등장인물들의 성격 유형을 분석하고 작은 인물들까지 다양하게 소개한 '인물로 읽는 장정일 삼국지'도 덧붙여져 있어 이해를 돕는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