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경기도 수원공장의 세탁기와 에어컨 등 백색가전 생산라인을 전남 광주로 모두 옮겼다. 수도권공장의 지방이전이 참여정부 핵심정책과제인 만큼 삼성전자 공상 이전이 가져올 파급효과 등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삼성은 대량생산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대신 수원공장에는 연구개발(R&D)등 첨단기능을 더욱 확충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행정수도이전 논란등으로 수도권과 지방을 대립적인 구도로 파악하고 "한쪽의 이득은 한쪽의 손실"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삼성의 지역특화전략은 "수도권과 지방이 윈윈(상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모델로 주목된다"고 말하고 있다. ◆백색가전기지 특화 육성 전남 광주는 삼성의 백색가전 이전으로 고용창출은 물론 아파트 등 지역 부동산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는 등 다양한 경제적 이득을 누릴 전망이다. 삼성전자 광주공장은 올해 1조9천억원에 이어 내년에는 3조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내년이면 삼성공장이 지역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7%까지 늘어나게 된다. 광주시는 삼성 가전라인 이전을 계기로 광주를 세계적인 생활가전 집적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삼성 유치에 자신감을 얻은 광주시는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과 용인공장도 유치하기 위해 현재 물밑에서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백색가전 라인 이전에 대해 경기도와 수원시는 내심 못마땅해 왔지만 삼성측의 첨단화 계획에 기대하는 분위기다. 삼성측은 "이번 가전의 지방 이전을 계기로 노동집약적 대량생산 라인을 전부 털어냈다"면서 "앞으로 수원은 R&D특화단지로 '업그레이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수원의 R&D특화단지는 수원시가 계획하고 있는 나노기술(초정밀기술) 등 첨단산업밸리 조성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돼 수도권 산업구조의 고부가가치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이번 공장 이전을 통해 유일한 적자사업 부문이던 가전의 경쟁력을 높이고 현 정부의 지방 균형개발 정책에도 적극 부응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광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 지난 7월 초부터 삼성 가전라인 이전 소식이 알려지자 광주 삼성전자가 있는 하남산업단지 인근 아파트값이 가장 먼저 요동쳤다. 첨단지구와 신가지구 등 인근 아파트가격이 평형에 따라 지난 4월에 비해 5백만∼1천만원 올라 침체기의 광주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원룸과 소형 아파트는 매물이나 전세를 구하기 쉽지 않다. 대부분 가족을 두고 내려온 삼성 직원들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선호하는 평형대이기 때문이다. 일성부동산중개소 대표 이모씨(46)는 "22평형 아파트의 경우 전셋값도 3천5백만원에서 4천5백만원으로 뛰었다"며 "최근 투기세력까지 몰려 이 일대 아파트의 가격 거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협력업체의 한 직원은 "집을 구하지 못해 벌써 6개월째 공장에서 기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로 공장을 이전한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말만 해도 평당 30만원 수준이던 공장부지가 불과 몇개월새 50만원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남은 과제들 삼성과 광주시는 다같이 풀기 힘든 난제를 안고 있다. 수도권에 남아 있는 협력업체의 광주 이전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아직도 대다수 협력업체는 수원에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협력업체가 이전되지 않으면 물류비 증가 등으로 광주공장의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 협력업체들이 광주에 내려온 뒤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거문제와 기능인력 수급문제도 난제의 하나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지방에 사람은 많은데 정작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해당 분야 기술인력 구하기가 수도권에 비해 너무 힘들다"며 "지역 내에서 도장 판금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인력공급 체계 개선과 보완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